美도 밥상물가 비상…기업에 책임 떠넘기는 바이든

김정남 기자I 2021.12.28 13:33:47

미 조사업체 IRI, 내년 식료품 물가 5% 추정
몬델레스, 제너럴밀스 등 1월부터 인상 계획
"재료비, 물류비, 포장비, 인건비 다 오른다"
이 와중에 기업에 물가책임 떠넘기는 바이든
"바이든式 기업 옥죄기, 인플레 더 악화시켜"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가격 인상에서 자유로운 상품은 하나도 없어요.”

미국의 유명 식료품 업체 스파르탄내시(SpartanNash)의 토니 사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전망에 대해 “유제품과 빵, 주스 등에 이르기까지 포장식품 가격을 더 올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만난 자리에서다.

사삼 CEO는 “우유, 계란, 냉동 와플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제품의 가격 인상은 억제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치즈 등 속재료를 채운 닭가슴살(stuffed chicken breasts) 같은 요리 식품의 값을 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등이 일제히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제공)


◇미 식품업계 가격 인상 ‘고육지책’

내년 미국 밥상물가 폭등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올해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닥쳤는데, 내년 역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와중에 바이든 정부는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WSJ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IRI의 집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물가 폭등은 이미 1980년대 초 수준이다. 상무부 통계를 보면 올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1982년 7월 이후 거의 4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10월(5.1%)과 비교해 한 달 만에 그 폭이 훨씬 커졌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8% 뛰었다. 이같은 고물가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IRI의 추정이다.

스파르탄내시뿐만 아니다. 유명 제과업체 몬델레스는 내년 1월부터 쿠키, 사탕 등의 가격을 6~7% 올리기로 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제너럴밀스와 캠벨수프도 내년 초부터 인상에 나선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최근 고객사들에게 젤리 푸딩, 머스터드 등의 제품값을 최대 20%까지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밥상물가가 뛸 수밖에 없는 건 각종 생산 비용이 오르고 있는 탓이다. 업계 일부 임원들은 “마요네즈와 냉동식품 등은 물류비, 포장비, 인건비 등이 오르며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이후 재정·통화 확대가 ‘역대급’으로 이뤄진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까지 겹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고물가는 상품을 파는 유통점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식료품 체인인 페어웨이 스토어스의 레이놀즈 크레이머 CEO는 “이번 달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서한을 공급업체로부터 받았지만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다음 달 인상 소식을 또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와중에 반독점 조사 강행 무리수

문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을 옥죄는 식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국 농림부는 소수의 대형 정육업체들이 가금류와 돼지고기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고 농가에는 적게 보상하는 식으로 이윤을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기업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농림부에 주문했다. 대형 식료품 업체들 역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 관계자는 “유명 머스터드 제품의 생산 비용은 22% 급등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6~13%만 올렸다”며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돈 풀기를 통해 초인플레이션을 자초해놓고 책임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분도 약하고 효과도 없는 ‘헛발질’이라는 것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재무장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는 바보 같은 짓”이라며 “정부가 기업과 전쟁을 선포하는 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정부 당시 각각 재무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민주당계 인사다.

서머스 교수는 이어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와중에 (특정 기업의) 독점이 늘어났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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