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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의 이게머니]살아나는 이동성지수, 소비회복 빨라진다

최정희 기자I 2021.11.17 13:35:27

구글 소매·오락 이동성 지수, 역대 최고
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의 소비, 내년 상반기로 당겨질 듯"
위드 코로나의 역습…방역지침 따라 소비회복 강도 달라질 전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에야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내년 상반기쯤으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이달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사망자 등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방역 지침이 재차 강화될 경우 소비 회복 속도도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 이동성 지수가 올라온다

구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매 및 오락(retail&recreation) 이동성 지수는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작년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의 기간보다 14% 가량 상승했다. 작년 이후 이동이 가장 활발해진 것이다.

한은의 계량분석 결과 경제주체들의 이동성이 10% 늘어날 경우 대면서비스 카드 지출액은 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론 월 평균 1조2000억원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다. 한은은 11월 방역지침 완화 효과가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만 해도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수준을 회복되는 시점이 내년 하반기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 시점이 다소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쯤으로 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3일부터 2월 6일까지 5주간의 중앙값을 기준으로 함, 지수는 7일간의 평균치임 출처: 구글 이동성 지수


지난 2019년 4분기를 1로 둘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 속보치 기준으로 1.02로 이미 올 1분기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총 수출은 작년 4분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올 3분기엔 1.04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만은 3분기 기준 0.98로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 했으나 위드 코로나로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소비가 점차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2.5% 증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기획재정부의 그린북에선 10월 소매판매가 카드 매출액 등을 중심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백화점,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동월비 각각 15.1%, 24.5%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106.8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구글 이동성 지수가 이달 들어 더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매판매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패턴은 바뀔 조짐이다. 코로나19 당시엔 자동차 등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했다면 최근엔 의복, 신발 등 준내구재, 화장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9월 내구재는 전월비 1.7% 감소한 반면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각각 5.1%, 3.8%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반도체칩 부품 부족으로 인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산 자동차의 내수판매량은 9월과 10월 각각 전년동월비 33.3%, 18.8% 감소했다. 특히 내구재는 한 번 교체하면 그 뒤론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운 특성이 있다.

한 금통위원은 의사록을 통해 “미국 물가 상승이 처음에는 내구재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다가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서비스 등 여타 품목으로 점차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의 중심이 내구재에서 여타 비내구재 및 서비스 품목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위드 코로나’의 정착이 관건

그러나 이는 현재의 완화된 방역 지침이 유지될 때를 전제로 한다. 앞으로의 소비 회복은 위드 코로나가 얼마나 정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일부 국가에선 위드 코로나의 역습으로 다시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를 1로 둠 (출처: 한국은행)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병상이 부족하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열흘간 집에 머무를 것을 명령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3주간의 부분 폐쇄를 명령했다. 네덜란드는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독일 역시 8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가 이달 5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럽의 이달 첫째 주 사망자 수는 전주보다 10% 증가하며 치명률도 높아지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안심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주일째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사망자 수도 10월엔 일일 20명 이하였으나 11월부턴 20~3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의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이 76.5%를 기록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은 17일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 부스터샷 간격 단축 등 예방접종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 한 현재의 완화된 방역지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방역지침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회복 속도도 방역지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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