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가상통화 관련 주요국의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은 기존 제도와 정책 목표에 따라 가상화폐 및 관련 시장에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 과세당국은 가상화폐를 증권과 같은 상품이자 자산(property)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가상화폐를 자산이자 동시에 결제수단으로 정의하고 있고, 거래소, 전자지갑 업체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정의를 수립했다. 싱가포르 과세당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래를 물물교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고서는 “주요국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에 따라 관련 거래에 양도소득세, 소비세 등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서 과세방안을 선택한 배경, 효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과세당국은 가상화폐가 자산이라는 정의 아래 자산 거래에 관한 과세 원칙을 가상통화 거래에 적용하고 있고, 2017년 말 통과된 세제개혁안에서도 가상화폐간 거래를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면 가상화폐를 자산이자 결제수단으로 정의한 일본은 가상화폐 구입에 대한 소비세를 2017년 폐지했고,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소득 규모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가상화폐로 결제한 거래에 소비세(GST: Goods and Services Tax)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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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 관련 연방법에 따라 가상화폐 관련 거래도 등록의무를 가진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다양한 관련법을 통틀어 ‘가상화폐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 전자지갑 업체 등에 고객 보호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금융거래에서 고객실명확인, 실질주주(beneficial owner) 확인, 거래 감시 등을 포함한 고객확인제도(CDD: Customer Due Diligence)를 가상화폐 거래소 및 전자지갑 업체에 적용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정부도 가상화폐 규제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중국의 경우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거래소 폐쇄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우회하는 거래방식 발생, 채굴업체 및 거래소의 해외 이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베트남의 경우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익명성과 국경간 거래의 수월성으로 인해 개별 국가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주요국과의 양자간 협력 및 G20 등의 다자간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정부의 극단적 조치에 따라 상당수의 중국 가상화폐 거래 및 관련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시장 혼란 방지, 투자자 보호, 규제 실효성 등을 위해 중국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가상화폐 규제 관련 국제공조 방안을 마련 중으로 담당 차관이 관련 협의차 지난 1월 방한한 바 있다. G7,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등은 이미 2015년부터 가상화폐 거래 및 관련 행위자에 대한 규제 공조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오는 3월 개최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공동으로 규제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관련 논의에 미리 참여하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