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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모든 집단의 주변화(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현상)’를 꼽았다. 청년 남녀 각각 피해 의식이 극단화됐고, 수도권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각각 세금 폭탄과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라고 인식하게 했고, 지방 주민과 소수 정당 지지자도 소외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발표한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19대 대선에서는 투표결정 요인으로 연령(60.5%), 지역(29.3%), 성·연령(8.4%) 등이 나타났다. 반면 이번 대선에선 지역(46.3%), 연령(27.3%), 지역·연령(17.1%), 성·연령(9.2%)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모든 집단의 주변화’가 지지층을 양 극단으로 이끌었다는 게 임 교수의 판단이다. 임 교수는 “득표를 위해 끊임없이 주변화된 집단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모든 집단의 갈등이 지속됐다”며 “모든 정체성(집단)의 요구를 들어주긴 100%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대 갈등에 젠더 갈등이 더해지며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혐오 등에 민감한 청년과 남성을 기득권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청년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와 유사하게 집단별 갈등이 커지면서 혐오와 포퓰리즘이 연쇄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임 교수는 “좌절과 분노, 혐오의 소용돌이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희망감을 생성시켜야 한다”며 “금융·산업·지역·부동산·문화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고디자인책임자(Chief Design Officer)로서의 국가와 지도자,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과 세대 간 불평등, 세대 내 이질성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대응, 차이와 공존의 가치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성평등 정책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민주당의 쇄신은 패배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이번 대선 패배는 이재명의 패배, 민주당의 패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패배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토론회가 민주당을 다시 민주당답게 만드는 출발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