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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서 돌아오지 못한 근로자 828명…80%는 중대재해법 미적용 사업장

최정훈 기자I 2022.03.15 12:00:00

고용부,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세부현황 발표
작년 근로자 828명 숨져…소규모사업장이 80% 차지
중대재해법 확대 목소리 커지나…윤석열 당선인은 ‘신중’
고령 근로자 사망 비중 절반 수준…“사고 유발 업종에 종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해 일을 하던 중 사고로 숨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근로자가 8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소규모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영세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적용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2일 오전 0시 5분께 경기 파주시 조리읍의 한 식품공장 컨테이너 숙소에서 불이 나 인도 출신 4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컨테이너 진화작업 하는 소방당국.(사진=연합뉴스)
작년 근로자 828명 숨져…소규모사업장이 80% 차지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산재 사고사망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현황에 반영된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가 지급된 사고사망자 수를 뜻한다. 이에 사업장 외 교통사고, 체육행사, 폭력행위, 통상의 출퇴근, 사고발생일로부터 1년 경과 사망한 경우는 제외됐다.

먼저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28명으로 2020년 대비 54명이 줄었다. 또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수 대비 사고사망자 수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사고사망만인율은 0.43‱으로 2020년 대비 0.03‱ 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1999년 사고사망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17명(50.4%)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에서도 184명(22.2%)을 차지하는 등 건설·제조업에서 70% 이상 발생했다. 그 밖의 업종에서는 227명(27.4%)이 발생했다. 다만 2020년 대비 건설업은 41명, 제조업은 17명이 감소했고, 그 밖의 업종에서는 4명이 증가했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 사고 351명(42.4%), 끼임 사고 95명(11.5%) 등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가 전체의 53.9%를 차지했다. △부딪힘(72명) △깔림·뒤집힘(54명) △물체에 맞음(52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에서 352명(42.5%)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18명(38.4%)이 발생하는 등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에서 전체의 80.9%가 발생했다. △50~299인(110명·13.3%) △300인 이상(48명·5.8%)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확대 목소리 커지나…윤석열 당선인은 ‘신중’

구체적으로 지난해 417명의 근로자가 숨진 건설업도 소규모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했다. 공사금액별로 1~50억원 미만이 168명(40.3%), 2000만원 미만이 68명(16.3%), 2000만원~1억원 미만이 62명(14.9%) 등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전체의 71.5%가 발생했다.

184명의 근로자가 숨진 제조업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주로 발생한 곳은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5~49인 사업장이 93명(50.5%), 5인 미만 사업장이 42명(22.8%) 발생하는 등 등 제조업 사고사망자의 73.3%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차지였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근로자 사망사고가 소규모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유예되거나 제외된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대부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5~49인 사업장(공사금액 50억 미만)은 2024년부터 법의 적용을 받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산재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중대재해법의 대비가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손필훈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은 “중대재해법은 실질적인 안존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해 법 적용이 확대되면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에 사망사고 감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도 소규모사업장 대상 재정지원이나 기술지원, 현장점검 등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정책역량은 중소사업장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 근로자 사망 비중 절반 수준…“사고 유발 업종에 다수 종사”

한편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는 나이가 많을수록 사망자가 많았다.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352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 828명의 42.5%를 차지했다. △50~59세(251명) △40~49세(117명) △30~39세(71명) △18~29세(37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 근로자 비중에서 60대 이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4.9%지만, 사망자 비중은 월등히 높은 셈이다.

손 과장은 “고령 근로자의 사망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산재 유발 요인이 많고, 젊은층이 기피하는 건설과 제조업종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부가적으로 고령화로 인해 신체반응이 둔화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102명으로 전체의 12.3% 수준으로, 2020년 대비 8명이 증가했다. 건설업에서 42명, 제조업에서 34명, 그 밖의 업종에서 26명이 발생했다. 퀵서비스 기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산재사망자 현황도 덩달아 증가했다. 작년 특고 사고사망자는 36명으로 2020년 대비 7명이 늘었다. 특히 퀵서비스 기사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여전히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미흡하고 소규모사업장 중심으로 추락‧끼임 사고가 다발하는 등 소규모 건설‧제조현장의 안전보건 관리 역량이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올 한해도 정부는 지속적인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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