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북아일랜드 협약 다시 쓰자"…EU, 단칼에 "NO"

방성훈 기자I 2021.07.22 11:23:57

英 Vs EU, 북아일랜드 통관·검역 둘러싸고 갈등 지속
英 유예기간 일방적 연장 등 ''소시지 전쟁'' 비화
英 "예상과 달리 제대로 작동 안해" 재협상 제안
EU "국제法 준수가 가장 중요…재협상 없을 것" 거절

(사진= 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면서 합의했던 내용 중 ‘북아일랜드 협약’을 다시 쓰자고 EU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은 이날 북아일랜드 협약 개편 제안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대로 계속 갈 순 없다”고 강조했다.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달리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게 됐다. 이 때문에 영국 본토에서 생산한 물건이 북아일랜드에 들어가려면 EU에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역과 통관절차를 거쳐야 한다.

브렉시트 협의 당시 영국과 EU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예전처럼 열어두는 것이 지난 1998년에 체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산 소시지를 북아일랜드에 팔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이른바 ‘소시지 전쟁’으로 비화됐다. EU와 영국은 냉장육 등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식료품의 통관절차와 검역을 올해 6월 30일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영국이 최근 이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했다. 이에 EU는 영국이 협정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EU 법에 따른 ‘위반 절차’ 개시를 공식 통보한 뒤 법적 조치를 취했다. 결국 양측은 식료품에 대한 유예기간을 오늘 9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는데 합의했지만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어 좀처럼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스트 보좌관이 이날 재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북아일랜드 협약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영국은 협약 16조에 따라 협약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16조는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초래할 경우 어느 쪽이든 개입하고 협정 일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조치다.

프로스트 보좌관은 북아일랜드 협약이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 교역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며 사회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16조를 행사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EU와 ‘재협상’을 통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균형점으로 향하는 길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아일랜드 협약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두는 것은 이를 정면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영국의 재협상 제안에 “국제적 법률상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단호히 거절하고 기존 합의를 지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EU는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검역 없이 자국 식료품을 EU에 수출하는 ‘뒷문’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해당 협약의 틀 내에서 창의적인 해법을 계속해서 찾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 영국과 지속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협약 재협상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북아일랜드 협약의 목적은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지키고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 하드보더(엄격한 국경통제 체계)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협약은 이행돼야 하며, 국제적 법률상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