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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임신 중인 여성이 감염원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민간기업에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임산부들은 “재택근무는 남의 일”이라고 토로했다. 임신 4개월차인 직장인 백모(37)씨는 “일부 대기업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전철에서 감염된 사례도 있던데 대중교통에서 손잡이 같은 걸 안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감염되면 제대로 약이나 백신을 쓸 수 있을지 모르니 더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백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임산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작성자는 “임산부에 대해 재택근무 조치를 해주는 곳이 거의 없다”면서 “아직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적었다.
◇“출산 물품도 온라인으로 구입” 임산부 외출도 못 해
온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임산부들은 오히려 밖에 나가지 못해 갑갑하다. 임신 4개월 차인 최모(29)씨는 “남편과 태교여행으로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가려고 지난달 예약해놨던 걸 다 취소했다”면서 “집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와 외출이 꺼려지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해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탓도 있다. 최씨는 “매일 출퇴근하는 남편이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니 수량도 충분치 않다”면서 “온라인으로 찾아 택배로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출산을 앞둔 이모(35)씨는 “단골 카페에서 디저트를 주문 배달해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한 달 넘게 못 가고 있다”며 “혹시 내가 감염증에 걸려 아기한테까지 해가 가면 안 되지 않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주위에서도 외출을 만류하고 있다”면서 “막달이 다가오는데 운동량이 부족해 아기한테 좋지 않을까봐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마스크 대란’에서도 임산부들은 더욱 소외돼 있다. 몸이 무거워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임산부는 “모두가 마스크 대란에 힘들어 하고 공평하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밖에서 줄을 설 수도 없다”면서 “마스크가 없어 정기검진을 하러 병원도 못 간다”고 하소연했다. 이 작성자는 “남편은 마스크 두개로 현재 일주일째 소독하며 번갈아가며 쓰고 있다”면서 “임산부를 위한 마스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임산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선 임산부가 특별히 코로나19에 위험하지 않다는 자료가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선 임산부를 고위험군에 넣고 있다”면서 “만삭이 될 수록 횡격막이 눌리고 폐활량이 줄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에 걸리면 태아에게도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임산부들이 우려하는 ‘수직 감염’에 대해 김 교수는 “임산부와 태아 간 코로나19 수직 감염에 대해 의심되는 사례가 중국에선 있었지만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건 없다”면서 “태반과 보호막 때문에 태아의 임신 중 감염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확실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