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어 과세 정당”…988억원은 과세 취소
(서울=연합뉴스)수천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권혁(63) 시도상선 회장이 종합소득세 등의 부과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14일 권 회장이 ‘2006∼2010년 부과된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3천51억여원을 취소해달라’며 반포세무서와 서초세무서,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권 회장에 대한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권 회장의 소득이라고 볼 수 없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 회장은 세금 3천51억원 중에서 이번에 부과 취소된 988억원을 제외한 2천63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권 회장을 과세대상인 국내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국내거주자로 볼 수 있다면 권 회장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외국 법인이 가진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도 다툼의 대상이었다.
권 회장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국내 거주자가 아니므로 세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 회장이 국내에 가족이 있고 이곳에서 시도그룹의 전체 업무를 통제하고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며 국내 경영활동과 사회활동에 필요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으로 볼 때 한국에 과세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도그룹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시도홀딩 등 특수목적법인(SPC)의 경우도 조세회피처에 고정된 시설이 없어 그곳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SPC가 가진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SPC 계좌로 입금된 중개수수료 성격의 돈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에 권 회장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회계처리가 된 점 등을 볼 때 권 회장의 소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세금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권 회장은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도 탈세 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머무르며 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여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 2011년 4월 국세청에서 4천101억원을 추징당했다.
이후 국세청의 고발을 받은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권 회장을 기소했고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천340억원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현재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1심 재판을 받던 중 “국내 거주자가 아니고 시도상선 등 자산 대부분도 국외에 있어 납세 의무가 없다”며 부당하게 부과된 세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시도상선의 홍콩법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도 외국법인이므로 국내에서 납세의무가 없다며 함께 소송을 냈다. 시도카캐리어가 청구한 소송은 당초 오늘 함께 선고될 예정이었지만 변론이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