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나라를 철통같이 지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물가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임진년 새해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성은 `국가 안보`와 `일자리 창출`, `물가 안정`으로 귀결됐다. 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문제를 국가 안보 만큼 중요한 문제이자, 물가안정보다 우선순위의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집권기간 내내 말했던 `희망`과 `미래`를 논하기 위해선 먼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대통령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임기말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불확실성이라는 장막이 걷히지 않았다는 핑계로 정작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들이 여전히 웅크리고만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올해는 총선· 대선과 같은 정치적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며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고용을 늘릴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인크루트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내년 채용계획을 확정한 262개사의 채용예정 인원이 2만84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기업이 올해 채용한 2만8777명보다 1.3% 줄어든 규모다.
지난 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2012 고용동향`도 대한상의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조사에서는 올해 기업들의 고용실사지수(ESI)는 79.0로, 지난해에 비해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훨씬 많았다. ESI는 기업 고용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올해 고용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 4년간 지속된 고용없는 성장과 심화된 사회 양극화, 구조화된 불평등 속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노래하지 못했다. 커져가는 불신과 절망은 사회를 변혁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잠재된 또 하나의 `불확실성 요소`이기도 하다. 정부와 재계가 고용을 늘리는 걸 첫번째 과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앞장 서서 채용을 늘리겠다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장은 이날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취업 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도 힘들지만, 다른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결심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99%의 다수가 희망을 얘기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99%의 사람들이 희망을 얘기할 때 대한민국도 용만큼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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