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지난 2006년,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한 지인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조만간 M&A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철강산업만으로는 향후 시장의 변화 속도에 발맞출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이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를 좀 더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실무진에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면밀한 스터디를 지시, 인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것이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준비의 첫 걸음이었다.
포스코(005490)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노력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준비됐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이사회조차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이 회장에게 가격 결정권을 위임했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매주 월요일 실무진들에게 직접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사안들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직접 사안을 챙기며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시 시너지를 위한 방안으로 ▲우크라이나 업체와의 협력 ▲대우조선해양 망갈리아 조선소를 통한 유럽으로의 진출 모색 ▲광양제철소 부지에 조선기자재 공장 설립으로 일관제철소 건설 ▲대우엔지니어링·포스데이타와의 시너지 등 여러 세부사안들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은 포스코에겐 시련의 연속이었다. 인수전의 중요한 고비 때마다 돌발변수들이 튀어나왔고 결국 마지막 GS의 컨소시엄 철회라는 변수에 포스코는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대형 M&A인데다 포스코, GS, 두산, 한화, 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참여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컸다. 게다가 이번 인수전은 이후 이어질 하이닉스, 현대건설 M&A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어서 그 과정 또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에도 불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시작부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발단은 당초 매각주간사로 선정됐던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소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반발, 주간사 선정이 취소됐다. 대형 M&A의 시작부터 어긋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어서 터진 변수는 포스코, GS, 한화와 함께 4강 인수 후보로 꼽히던 두산의 중도 포기 선언. 두산은 최고 경영진 회의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에 집중,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의 이탈 이후 찾아온 시련은 뜻하지 않게 해외에서 찾아왔다. 바로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을 덮친 것. 이로 인해 국내 자금시장이 그 영향을 받으면서 증시는 폭락했고 대우조선해양의 가치도 함께 추락했다.
여기에 예비입찰 마감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인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현대중공업의 등장도 이번 인수전의 돌발 변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인수전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GS와 포스코의 컨소시엄 구성과 곧 이은 결별이다.
본입찰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 발표된 두 유력 후보간의 결합에 시장과 업계는 "이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틀어진 인수전은 결국 GS가 대형폭탄을 터뜨리면서 혼란속으로 빠져들었었다.
지난 2년여간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준비해 온 포스코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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