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용소에서 텔레그램으로 국내 마약유통한 전 조폭

멕시코산 필로폰 유통 판매 일당 검거 과정에서 압수된 마약들.(사진=경기남부경찰청)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마약 범죄로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12만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멕시코산 필로폰을 유통한 조직폭력배 출신 A씨 등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19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강력범죄수사대는 2022년 5월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수도권 및 전국에 조직적으로 필로폰 등 마약류를 불법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도권 조직폭력단 출신 40대 A씨를 비롯한 유통·판매책 25명과 이를 사들이고 투약한 33명 등 총 5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중 유통책 20명과 매수자 3명 등 23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필로폰 국내 밀반입 혐의로 인터폴 적색 수배돼 필리핀 마닐라 소재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 중인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멕시코산 필로폰 3.5㎏, 시가 116억원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국내에서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2018년 10월 필리핀으로 도주, 2년여 만인 2020년 9월 현지에서 폭력죄 등을 저지르다가 검거됐고, 이후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다.

A씨는 이민국 수용소 내에 휴대전화 반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수용소에서 알게 된 국적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인 40대 B씨를 소개받아 국제특송 화물로 B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했다.

A씨는 톱니바퀴 모양의 기어류 부품을 국내 기업이 요청한 부품 샘플인 것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밀반입했다.

이와 동시에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글을 올려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A씨는 또 판매책들이 잠적이나 도주, 자수할 것에 대비해 신분증과 함께 300만~1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아두고, 필로폰을 판매할 때마다 건당 수만원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인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전달했고, 이들 판매책은 또다시 하위 판매책들을 통해 매수·투약자들에게 팔았다.

경찰은 필로폰 단순 매수자 1명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한 끝에 A씨 등 50명이 넘는 마약사범을 잡아들였다.

아울러 A씨가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 중 약 2.6kg을 포함한 각종 마약류를 압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필리핀 수용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총책 A씨를 경찰청 외사기능과 국제 공조로 조속히 국내 송환하고, 국내 상·하위 판매책 들과의 점 조직 유통망에 대한 추가 수사, 필로폰을 매수·투약한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