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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부지회장 등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업무 시설을 불법으로 점거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노조법 42조 1항은 주요 업무 시설을 점거하는 행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임금인상, 상여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서 내 1번 독에서 진수를 기다리고 있는 선박을 점거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선박 바닥에 쇠창살 케이지를 설치하고 용접으로 출입구를 막아 자신을 스스로 감금하고 있고, 6명의 조합원은 약 20m 높이의 수평프레임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다.
파업은 51일째를 맞은 지난 22일 마무리됐지만, 하청 노사는 협상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민·형사상 면책’, 즉 손해배상 청구 문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형사상 책임에 대해 정부는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2일 협상이 마무리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이번 불법 점거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법과 원칙에 기반한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 문화가 정착되도록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불법 점거에 대한 논쟁의 여지도 있었다. 대법원은 1990년 10월 “근로자들의 직장점거는 사용자측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모든 직장 점거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점거는 쟁위 행위의 일환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최안 부지회장의 경우 노조법 위반 혐의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노조법 시행령에서는 파업으로 점거를 금지하는 시설을 규정하고 있는데, 건조·수리 또는 정박 중인 선박이 여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노조법 위반은 형사법 책임이라 하청 노사가 진정이나 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를 봐도 수사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쟁위행위에 대해 주요 생산시설 점거를 금지하는 규정이 마련된 것은 노사관계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공멸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파업은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협상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어 “주요 생산시설을 점거하면 회복하기까지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체행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하고, 선진국에서 일어나지 않는 행위”라며 “이러한 투쟁방법을 인정할 경우 소수 노조가 핵심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이 만연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