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을 일주일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가 ‘소환’됐다.
‘입시비리’가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네거티브’로 떠오르면서다.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문재인 정권 자체를 위태롭게 했던 경험이 1년여 전이다. 국민들이 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입시비리가 곧 조 전 장관으로 연상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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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비리→조국…반사적 ‘연상작용’
입시비리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은 보궐선거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소환된 바 있다. 지난 11일 조 전 장관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을 다룬 뉴스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가 삭제하면서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경기신문의 “박형준 시장 후보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올렸다. 기사는 지난 2008년 박 후보 딸의 홍익대 미대 입시비리 의혹을 다뤘다. 박 후보 부인이 홍익대 교수를 찾아가 청탁했다는 내용이다. 조 전 장관이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 같은 조 전 장관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지점이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정권을 위태롭게 했을 만큼 국민들이 주목했던 사안이다. 지난 2019년 10월 둘째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1.4%로 집권 후 최저였고, 당시 기준 ‘급락’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이 결국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같은날 조 전 장관도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놨다.
조 전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딸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 입시비리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씨가 받았던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 조 부부로부터 위조된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후보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조 전 장관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들끓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입시부정을 저질렀다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줄 아나”며 “뻔뻔함이 우주 최강”이라고 일갈했다. 조 전 장관은 결국 업로드했던 박 후보 의혹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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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산 보궐선거 대응과 ‘판박이’
일단락된 줄 알았던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보궐선거를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고서다. 김 후보 측이 여전히 박 후보 측의 입시비리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 와중 꺼진 듯했던 불씨가 살아났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30일 홍익대를 방문해 양우석 총장을 만나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가 2000년 전후 박 후보의 배우자가 딸과 학교로 찾아와 본인에게 합격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는데, 박 후보 측이 딸이 홍익대에 응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하자 여당 의원들이 홍익대를 직접 찾아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조민 씨의 입시비리와 연관된 부산대를 항의방문해 차정인 총장을 만났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산대의 조씨 관련 조사가 늦게는 7~8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발표한 뒤 국민의힘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지만, 여당의 박 후보에 대한 대응과 판박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주목받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은 앞으로도 지속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곽 의원이 추가 행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곽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 아들과 관련해서는 연세대, 딸과 관련해서는 부산대와 고려대,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서울대에 자료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라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다 문제를 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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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비리 ‘네거티브’ 선거전략, 효과도 의문
입시비리로 국민에 각인된 조 전 장관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선거 전략을 잘못 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들은 평창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부터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등 ‘불공정’ 사태를 지적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역시 불공정이라는 키워드로 해석됐는데, 여당이 박 후보를 거론하면서 입시비리라는 키워드 자체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박 후보를 겨냥해 입시비리를 계속 얘기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여당 입장에서 볼 때 의외의 방향으로 튈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금 네거티브로는 정권 심판론을 불러일으키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