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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는 8일 오전 9시 55분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한국 법원이 국외인 일본국에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채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인 국가면제론을 주장하며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재판부는 “합법적 행위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국가면제를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사건 행위를 합법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해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 우리 국민인 원고들에게 자행된 것으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은 피고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인 사기진작 목적으로 계획한 위안부 제도로 유기·납치돼 위안소에 감금된 채 하루 수십명 군인의 성행위 대상이 됐다. 각종 자료 등 변론 전체 사실 종합하면 일본국의 불법 행위는 인정된다”며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피고로부터 국제적 사과를 받지 못한바,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피해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각종 협약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일 양국 간 1965년 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의 적용대상에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므로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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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피해 할머니들의 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서 “감개무량하다. 오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강제집행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이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오늘 답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한일관계 큰 파장이 있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는 “더 큰 파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본인들이 스스로 문명국가라 자부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1945년 패망 이후 아직까지, 이렇게 반인도적이고 반문명적인 것을 해결조차 안 했으니 말이다”고 주장했다.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해 나온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이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인 판결이다”며 “이로써 국내 법원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 법원들이 본받을 수 있는 인권보호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중 상당수가 유명을 달리해 현재 피해 생존자는 5명에 불과하다”며 “시간이 없다. 일본 정부는 바로 판결에 따라 배상하고,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해 진심 어린 사죄와 추모·지속적인 진상규명·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서 전면적인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대리하는 또 다른 위안부 소송은 오는 13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오늘의 역사적인 판결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나침반이 돼, 피해자들이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다시 한 번 정의가 구현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