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투싼 내수 수출 모델의 범퍼 차이가 차별이라는 의혹이 최근 인터넷 상에서 들끓고 있다. 투싼 북미용 범퍼 내부 빔 끝부분(코너 익스텐션)이 국내의 것보다 더 길다는 게 의혹의 시발점이다.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는 이 차이가 현재 미국에만 시행 중인 가혹한 충돌 시험(스몰 오버랩 테스트·시속 64㎞ 속도로 차량 전면 25%만 1.3m 높이의 장애물과 충돌 후 탑승객의 안전도를 측정하는 시험)을 위한 것이며 내수용과 안전성을 ‘차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이 의혹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충돌시험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핵심 구조물은 가로 방향의 범퍼가 아니라 세로 방향의 충격 흡수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투싼 유럽형은 내수용과 같은 범퍼를 쓴다. 북미형 투싼은 오히려 미국 보행자 보호 법규가 상대적으로 약한 걸 고려해 경미한 충돌 때 수리비를 줄이고 그만큼 보험료 산정을 낮추려고 범퍼를 키웠다.
논란은 그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차량시험 기관인 IIHS에 대한 질의가 오갔고 그 답변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회사나 정부가 나서서 직접 충돌시험을 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실제 지난해 8월 내수·북미용 쏘나타 충돌 시험을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지난 수년째 블로그 등을 통한 해명에도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국 소비자, 국내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의 잣대는 엄격하다. 비단 현대차뿐 아니다. 신형 말리부의 북미-내수용 에어백 차이, 르노삼성 SM6의 멀티링크-토션빔 차이도 한때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조사는 그러나 잇따른 의혹에 억울해해서는 안된다. 국내 소비자에 ‘오랜 부채’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진 정부의 보호와 ‘애국 마케팅’에 호응해 준 국내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억울해하기보다는 더 잘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잘 소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여력을 제공한 건 국내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