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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경은 고궁. 등장인물은 여자 신리와 수위 김종구, 그리고 물고기떼다. 쓸쓸한 무대 위 바람은 불고, 떼구르르 낙엽이 구른다. 흰 봉지가 비상했다, 가라 앉기를 반복한다.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의 초기 희곡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났다.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작품은 고 작가의 초기 희곡이자 등단 데뷔작이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지난 3월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 소극장에서 신춘문예 당선작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앞서 23일까지 선보인 ‘단막극전’에서는 올해 각 일간지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7편을 잇달아 무대에 올렸다.
내달 3일까지는 ‘신춘문예 클래식전’을 한다. 현재 한국 연극계를 이끄는 대표 연출가들이 그동안 신춘문예 발표작 가운데 작품성 있는 희곡을 선정, 무대에 올리는 페스티벌이다. 모두 6개의 작품을 매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씩 오후 9시까지 공연한다.
공연중인 작품을 보면 △오후 3시 ‘우리 면회 좀 할까요?’(한국희곡작가협회 2012년·작가 윤미현·연출가 이우천) △오후 4시 ‘변기’(동아일보 2007년·작가 홍지현·연출가 박혜선) △오후 5시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한국일보 1999년·작/연출 고선웅) △오후 6시 ‘아일랜드행 소포’(동아일보 2005년·작가 이오·연출가 정범철) △오후 7시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동아일보 1995년·작가 양영찬·연출가 최용훈) △오후 8시 ‘대역배우’(문화일보 1998년·작가 김나영·연출가 남궁연) 등 총 6편이다.
지난해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각색, 연출해 대한민국연극대상,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에서 연출가상을 휩쓴 고선웅 극단 마방진 예술감독은 자신의 희곡 데뷔작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를 직접 연출했다. 배우 예지원이 여자 역할을 맡았다
지난 1월 열렸던 ‘2016 신춘문예 단막극전 & 신춘문예 클래식전’ 제작발표회에서 고선웅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만큼 흥분된다. 신춘문예 당선 당시 소감으로 ‘놀이공원 입구에 선 기분 같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흥분되고 설렌다. 그때 기분이 그대로 난다”며 설레했다. 이어 “옥탑방에서 혼자서 바닥 긁으면서 눈 뜨면 노트북 키고 껐던 시기다. 우울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게 이 작품이 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대가 우울하다. 위로와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준현 한국연극연출가협회장은 “점차 줄어가는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수와 하향평준화 되가는 작품수준 등의 단점을 보완하고 신진작가의 창작역량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시작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공연되어지는 기회를, 기존 당선 작가는 자신의 첫 무대를 돌이켜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16년 신춘문예 단막극전’에서는 ‘노인과 바닥’(서울신문·작 김주원, 연출 이돈용), ‘세탁실’(조선일보·작 황승욱, 연출 임세륜), ‘감염’(경상일보·작 이성호, 연출 백순원), ‘태엽’(동아일보·작 김경주, 연출 하일호), ‘손님’(한국일보·작 이진원, 연출 장경욱), ‘잃어버린 계절’(부산일보·작 손상민, 연출 김국희), ‘dOnut’(한국희곡작가협회·작 이예찬, 연출 김은정)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