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애니모션"은 광고가 아니다

조선일보 기자I 2005.03.31 21:38:34
[조선일보 제공]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을 2대 1로 꺾은 지난 3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남성 축구팬들의 열기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경기 중간에 대형 전광판을 통해 삼성 애니콜 광고 ‘애니모션’(Anymotion)이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골반과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 요염하게 때로는 깜찍하게 눈웃음을 던지며 자유자재로 허리를 흔드는 이효리의 모습에 남성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이효리의 섹시한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모션’은 과연 광고인가? 엄밀히 말하면 ‘애니모션’은 광고가 아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새로운 휴대전화 모델도 아니다. ‘애니모션’은 삼성전자가 만든 강한 비트의 힙합댄스 곡으로 지난 7일 애니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효리가 노래를 부르고 에릭이 랩을 맡았다. 7분여짜리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된 이후 ‘애니모션’은 휴대전화 벨소리·컬러링 다운로드 등 인터넷 음반계를 평정했다. 지난 12일부터 방송을 탄 15초 분량의 애니콜 광고는 7분짜리 뮤직비디오의 주요 부분을 압축한 것이다. 이효리편과 에릭편이 각기 따로 방송되고 있는 이 광고에는 특정 상품에 대한 홍보가 전혀 없다. 단지 애니모션 뮤직비디오를 광고 시간에 맞춰 짜집기 한 것이다. TV광고에서 볼 수 있는 카피는 ‘www.anycall.com으로 그(녀)가 온다’ 단 한줄. 휴대전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냥 홈페이지에 가서 이효리와 에릭의 모습을 보라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댄스 오디션에서 실수를 해 의기소침한 이효리. 새로운 춤을 연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에릭은 휴대전화를 이용, 멋진 안무 동영상을 보내 이효리를 돕는다.’ 삼성전자는 뮤직비디오 안에 주인공들이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삽입했고, 이 방식이 큰 성공을 거뒀다. ‘애니모션’의 인기와 함께 ‘가로본능Ⅱ’와 ‘게임폰’ 등 뮤직비디오 속 휴대전화 단말기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니모션’의 인기와 관련 “엔터테인먼트 마케팅(Entertainment Marketing)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서 “음악, 댄스, 뮤직비디오 등 오감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란 영화·음악·방송·게임·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이용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촉진하는 것으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은 직접 광고가 아닌 문화상품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마케팅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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