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14일 현·선물시장이 급락했다. 전일 5월물 옵션만기일을 맞아 휘청거렸던 시장이 이틀째 프로그램 매물부담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전일 급락으로 "빠질만큼 빠졌다"고 안심하며 반등을 노렸을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매도차익잔고 급증..추가 물량부담 안 크다
당초 시장에서는 옵션만기일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물량이 대부분 출회되 향후 프로그램매매는 지수에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오늘쯤은 기술적 반등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전망들도 많았다.
이 같은 기대가 어그러진 주요 원인은 베이시스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악화됐기 때문. 이에 따라 차익 뿐 아니라 비차익거래 물량이 밀려나오면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급속히 증가했다. 비차익거래 매물은 주로 인덱스펀드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로그램매매는 이날 현물시장에서 5470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 중 차익거래가 2902억원, 비차익거래가 2568억원을 기록했다. 전일에는 591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개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순매도 규모를 키워 8105계약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멈출줄 모르는 지수 하락에 투매에 가까운 손절매를 보인 것. 외국인 또한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며 1572계약을 쏟아냈다.
결국 백워데이션으로 출발한 시장 베이시스가 큰 폭으로 악화되며 장 중 (-)1.2포인트까지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인덱스펀드의 현선물 전환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프로그램 매물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례적인 수준의 베이시스 악화로 예상 이상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일 최저치 수준으로 줄었던 매수차익잔고가 더 하락했을 것이기 때문. 추가적으로 나올 물량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현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프로그램 매도가 추가로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틀간 쏟아져나온 물량을 고려할 때 출회될 수 있는 차익거래 물량이 대부분 출회돼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매매가 지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현 시점이 최저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베이시스`..단기적 매수유입 난망
그러나 문제는 프로그램 매도 진정이 매수세 유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고 개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프로그램매수가 없을 경우 힘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일 기준 매도차익잔고가 5136억원으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는 점과 전일 매수차익잔고가 4927억원으로 저점수준이라는 점은 향후 매수세 유입에 기대를 갖게하는 대목이다. 결국 문제는 프로그램 매수를 불러올 만큼 베이시스가 회복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매도세가 진정될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 급격한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영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일 매수차익잔고가 5000억원 수준으로 차익거래 물량은 대부분 나온 상태로 판단돼 매수가 들어올 만한 여력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단기간내에 매수가 급격히 유입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익거래가 유입되려면 약세장임을 고려했을 때라도 베이시스가 최소 (-)0.2p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야 하고, 인덱스펀드의 경우 베이시스가 콘탱고 상태를 회복해야 나오는 물량이기 때문에 대기자금이 있을 뿐 장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6월중 KOSPI200변경이 예정돼 있어 인덱스펀드의 경우 현물보다는 선물을 들고 있는 것이 위험이 없다는 것. 결국 인덱스 펀드의 현물에서 선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황재훈 LG투자증권 과장은 "시장 베이시스가 개선되야 추가적인 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투매성 매도의 충격은 2~3일 가량 더 갈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추후에는 베이시스가 보합 수준 정도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다음주 후반 정도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