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현대건설이 어제(18일) 이란서 12억달러 규모의 해외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공사입니다. 98년 IMF이후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규모로도 최고라고 합니다. 때 맞춰 국내 시장에서도 좋은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한 죽전 5차 포스홈타운도 첫날 전평형이 일찌감치 마감된 것입니다. 새 봄을 맞아 바야흐로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는 모습인데.. 과연 현대건설이 지난 어려움을 딛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가고 있는 것인지. 박영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내리쬐는 햇볕도 어제와는 감이 다릅니다. 처녀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계절의 여왕이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현대건설이 입주해 있는 이곳 계동 현대사옥에도 봄기운은 뚜렷합니다. 직원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여직원들의 얼굴에도 여유가 묻어납니다. 오늘(19일) 이곳에서는 집회가 있었습니다. 댐건설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였습니다만, 집회 참석자들도,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얼굴에서 심각한 구석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마치 봄 소풍을 나온 학생들 같습니다.
봄기운 때문만은 아닐껍니다. 직원들 얼굴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이유말입니다 .어제였죠. 현대건설이 오랜만에 각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대규모 해외공사 수주 소식이었습니다. 공사규모가 무려 12억달러였습니다. 우리돈으로 1조5천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회사창립이후 최대규모입니다.
이란에 가스전 공장을 짓는 공사라는군요. 12개 공장 가운데 현대건설이 4,5공장을 짓게 된 겁니다. 조건도 좋습니다. 공사진행에 따라 바로바로 현금을 지급받습니다. 4월말 최종계약시 우선 8000만달러를 받게 됩니다. 수익률도 10%이상이 될 거라고 합니다. 아주 호조건이지요. 최소한 이라크에서처럼 돈을 떼일 염려는 없습니다. 돈많은 아지프사가 시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공사 수주로 나머지 공사를 따낼 가능성도 커진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자회견장도 활력이 넘쳤습니다. 평소 두,세명의 기자가 "쓸쓸히"기자실을 지켰는데요. 어제는 무려 기자 30여명이 몰려들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는 심현영 현대건설 사장도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말까지 만해도 중동건설시장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중동의 유수한 공사발주처는 유동성 위기 문제를 이유로 현대건설은 아예 입찰에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를 만도 합니다.
낭보는 국내시장에서도 들렸습니다.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한 죽전 5차 포스홈타운도 첫날 전평형이 마감됐습니다. 심현영 체제 이후 분양한 3개 아파트 단지도 항상 첫날 1순위 마감될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가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긴합니다만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은 왜 일까요.
우선 아직도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이 떠오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부실채권을 털고 우량 자산만 보유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부채비율이 높아진 겁니다. 600%가 넘습니다. 앞으로 관급공사 수주시 적용되는 사전심사(PQ)에서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입찰에 참여할 수 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현대건설의 높은 부채비율은 무거운 짐입니다.
또 서산농장 농지 매각건도 부담입니다.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농민들 요구대로 7000원선을 받게 된다면 적자가 2000억원 이상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현대측 요구대로 농민들이 2만원 이상을 낼 가능성도 현재로선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지만, 남아있는 어려움은 또한 하나같이 만만치 않습니다.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됐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는 것, 그게 고인이 평생동안 온몸으로 실천해보이던 가르침이 아니었습니까? 현대건설이 남겨진 어려움을 극복하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