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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강풍에 의한 빠른 확산이 원인이었다면, 이번 밀양 산불은 강한 바람이 없었음에도 진화율이 더뎠다. 이같은 지속성은 ‘대기 건조’로 인한 날씨의 영향이 주영향으로 분석된다.
동해안 산불은 고기압의 영향권에서 서풍이 간간히 강하게 불면서 산의 경사진 곳(산사면)에 강한 바람이 불어 빠르게 번진 것이 특징이었다면 이번 산불은 북쪽 건조공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대기 건조로 인해 조금씩 번지면서 꺼지지 않고 지속성을 띈 것이 특징이다.
지난 달 밀양의 강수량은 3.3mm로 평년 106.4mm씩 내린 것에 비하면 극도로 메말랐다.
올해 유독 산불소식이 많았던 것은 지난 겨울부터 이어져온 가뭄의 영향이 지목된다. 최근 6개월(2021.11.01~2022.05.30) 강수량은 평년의 58.6%인 225mm에 그쳤다.
이 같은 가뭄은 올해 발생한 산불의 대형화로 이어졌다. 3일 기준 올해 발생한 산불 발생 건수는 586건으로 최근 10년 평균 480.9건 대비 21.8% 증가한 것에 비해 피해 면적은 2만3918ha로 1087ha에 비해 2100% 급증했다.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에 비해 대기 건조로 인해 진화에 애를 먹은 대형산불이 잦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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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가뭄이 기후변화의 증상이라는 주장이다. 기후위기로 금세기 말에 이르면 산불이 50% 증가할 것이라는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를 경우 산불 피해면적이 35% 증가할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2실무그룹 6차 평가보고서, 2도 온난화에선 1.5도 온난화보다 ‘산불 기상지수’(FWI)가 2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의 연구 등 기후위기와 산불 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쏟아지고 있다.
밀양 산불은 진화가 완료됐지만, 이달 산불 발생 위험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과거 60년간(1960∼2020년) 기상관측 자료를 활용해 20년 단위 산불 기상지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봄·가을철의 산불 발생 위험도 증가 경향과 함께 6월의 산불 위험도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과거 40년(1960∼2000년)과 비교했을 때 2000년 이후에는 6월의 산불 기상지수가 2∼4 정도 증가, 이는 산불 발생 위험성으로 볼 때 30∼50% 높은 수치다.
과거 3~4월 봄철에 집중됐던 산불의 발생 시기가 앞으로는 6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