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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런 일이 생길 줄 어디 상상이나 했을라구요. 주인인 나도 내 농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마음이 참담합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양돈농가 주인 채모씨의 아내인 A씨의 말이다. 채씨 부부는 이번에 ASF가 발생한 농장과 청룡천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진 모련대마을 1반에 거주하고 있다. 바로 코앞에 20년이 넘도록 일궈온 농장에 전염병이 돌았는데도 정작 주인도 들어가보지 못한 채 2층집 발코니를 통해 농장만 넋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A씨는 “외국을 다녀온 적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 농장에 이런 큰 전염병이 들어왔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내 농장이고 내가 키운 돼지들이 코앞에 보이는 곳에 있지만 현재로써는 살처분이 됐는지, 땅에 파묻혔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채씨 부부는 사실상 가택연금돼 농장 내부 상황은 전혀 알 길이 없다.
이번에 ASF가 발생한 채씨의 S농장과 함께 부인인 A씨와 아들이 이 곳과 약 20㎞ 밖에서 운영중인 농장의 돼지 2500여 마리도 모두 살처분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 곳 연다산동에서만 ASF 양성반응이 나와 방역당국은 아직 가족 농장은 물론 주변의 다른 농장으로 전이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다산동의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 없으며 3~10㎞ 이내에 19개 농가가 1만8380마리를 사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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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씨 부부와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 역시 조용한 시골마을에 불어닥친 전염병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는 “얼마전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아 접경지역 방역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 곳은 도시화가 한창 진행중이라 맷돼지는 서식하지도 않는다. 북한과 접한 임진강 역시 5㎞ 정도 떨어져 있고 청룡천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도 수면 아래까지 모두 철조망이 쳐져 있어 북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동물 등을 통해 들어오기는 거의 불가능한 곳”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북한으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방역당국의 분석과는 반대되는 현장의 반응이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이재명 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기도 돼지열병 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