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도 ‘경쟁 채용’보다 ‘전환’이 원칙..과기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김현아 기자I 2017.10.24 12:00:00

비정규직 중 절반 넘는 연구직도 '현 근무자' 전환 확대 방침
12월까지 출연연 비정규직 전환계획 수립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드디어 공개됐다.

그동안 출연연 기관장들은 연구의 자율성과 효율성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연구직의 경우 외부 응시자와 ‘경쟁 채용’할 수 있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연구직도 ‘경쟁 채용’보다는 기존 근무자의 ‘전환 채용’을 우선하는 가이드라인을 24일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이날 발표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대상 업무(상시·지속업무 범위)를 확대했고 ▲인력전환 시 ‘현 근무자’ 전환을 원칙으로 하면서 해당 기관에서 경쟁채용을 할 경우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 ▲25개 출연연은 올해 12월까지 전환계획을 수립해야 하고(기간제 근로자는 2018년 3월까지 정규직 전환완료)▲박사후연구원·학생연구원 등은 정규직업을 갖기 전 연수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에서 뺐지만 (가칭)연수직을 신설해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을 발표하고 있다.
과기부 이진규 제1차관은 “우수인력 확보가 중요한 연구기관의 특성과, 출연연 연구일자리 진입 경쟁에서의 ‘경쟁기회 공정성’ 등을 고려해 경쟁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나, 연구기관이라 해도 현재 연구 성과에 기여하고 있는 현 근무자의 고용안정을 우선 고려하는 게 정책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등 경쟁채용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연구업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경쟁채용이 가능하도록 명시했으나, 이 경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한 경우에 한해 적용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절차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범위 예시(출처: 과기부)
◇기간제 비정규직 중 80% 넘는 연구직도 ‘현 근무자’ 전환 늘려라

항공우주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들의 전체 직원 수는 2만4216명이다. 이중 비정규직은 6474명인데, 비정규직 중 연구직이 2992명이다. 연구직이 기간제 비정규직의 80%를 넘는다.

연구직 비정규직들은 특정 연구과제 수행에 필요한 전문 연구인력, 연구보조 인력 등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과기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단 정규직 대상 업무(상시·지속 업무)를 확대했다. 고용부 가이드라인에선 정규직 전환대상을 ①연중 9개월 이상 ②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③연구 수행 시 안전과 관련이 있거나, 폭발물·유해물질 처리 등 위험도가 있는 업무로 돼 있다.

그런데 과기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기관별로 확대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면, 연구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채용한 비정규직 인력이라도, 통상적으로 계약을 연장해가며 다년 간 또는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그 간의 운영 형태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장홍태 연구기관지원팀장은 “1년단위 계약연장이라도 다수 프로젝트를 반복 수행하거나 정규직 업무에 동종 유사업무가 존재하는 경우 등은 연구직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간주토록 했다”고 말했다.

◇기관장이 공개채용하려면 ‘정규직 전환 심의위’ 통과해야

출연연 기관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신 경쟁 채용 방식으로 공개 채용하려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기관이 제시한 합리적인 사유와 현 근무자의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해 심의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쟁채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인력에 대해서는 이미 체결된 고용계약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장 팀장은 “각 기관별로 어떤 기준에서 연구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신 경쟁 채용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면 심의위와 협의해야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면서 “각 기관별로 비정규직의 운영 방식, 비정규직 근무자가 수행하는 업무 특성이 다양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에 대해 각 기관별 설명회 등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12월까지 출연연 비정규직 전환계획 수립해야

과기부 산하 25개 출연연들은 올해 12월까지 전환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관별로「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기간제)」와「정규직 전환 협의기구(파견·용역)」를 구성하고, 전환계획을 수립 후 과기정통부 협의, 기관별 내부규정 상 절차에 따라 전환계획을 확정한 뒤 본격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게 된다.기간제의 경우 12월까지 정규직 전환계획(전환대상 업무, 전환 인력 선정 기준, 방식, 일정 등)을 확정한 후 내년 3월까지 가급적 전환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파견·용역은 12월까지 정규직 전환계획(전환대상 업무, 전환인력 선정 기준, 방식, 일정, 임금체계, 정년, 처우 등)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민간업체의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을 추진한다.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등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향후 ‘(가칭)연수직’을 신설하여 별도로 관리하되, 적정 임금체계 마련, ‘과제기반 테뉴어 제도’ 도입, 복리후생 개선 등을 통한 처우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