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임채진 검찰총장이 중도하차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검찰을 이끌 차기 총장에 누가 기용될 것인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차기 검찰총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후보는 임채진 총장보다 한 기수 아래인 권재진 서울고검장(사시 20회)이다.
권 고검장은 지난 1월 인사 전까지 대검 차장으로서 임채진 총장을 보좌했으며 진작부터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지역 안배를 고려하면 권 고검장이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구 출신인 권 고검장은 경북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권 고검장이 차기에 오를 경우 공석인 국세청장을 제외해도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등 주요 사정기관장을 대구·경북 출신이 독식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같은 기수의 명동성 법무연수원장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명동성 원장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고·서울 법대를 졸업했다.
한 기수 아래인 사시 21회에서는 문성우 대검 차장(광주)과 김준규 대전고검장(서울), 이준보 대구고검장(전남 강진), 문효남 부산고검장(부산), 신상규 광주고검장(강원 철원)이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모두 서울 법대를 졸업한 21회 후보군에서는 대구·경북 출신이 아예 없기 때문에 지역 안배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일부에서는 사시 22회에서 검찰총장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사시 22회로 내려가면 인사폭이 커지면서 대폭 물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 볼 만 하다는 것이다.
사시 22회에서는 이귀남 법무차관(고대 법대·전남 장흥)과 천성관 서울지검장(서울 법대·충남 논산) 등이 하마평에 오르 내리고 있다.
임채진 총장과 함께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김경한 법무장관이 물러날 경우 후임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차기 검찰총장의 인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임채진 총장이 물러나면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의 교체 여부도 관심인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대검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는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당면과제인데 수사팀을 교체하면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며 "왜 수사팀을 교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도 "수사팀을 교체하면 처음부터 다시 기록을 살펴봐야 하는 등 번거롭게 된다"며 "현재의 수사팀이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잘잘못을 떠나 지금 수사팀은 심리적 공황 상태라 더이상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수사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팀의 동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수사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사팀의 교체 여부와 함께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인규 중수부장의 거취도 검찰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임채진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김경한 법무장관과 홍만표 수사기획관도 사의를 밝혔으나 중수부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지킬 수도 있지만 조직의 짐을 더는 차원에서 총장이 물러나는 마당에 좋은 모양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미 크게 흠집이 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직서를 내느냐 마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시간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청와대는 임채진 총장이 지난 3일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사직서를 수리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임채진 총장의 사퇴를 계속 만류해 왔지만 본인의 의사가 완강해 결국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임채진 총장의 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임 총장이 사퇴하더라도 후임 총장 임명까지는 인사청문회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분간 문성우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 대행을 맡게 된다.
이에 앞서 임 총장은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건을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죄드린다"며 지난 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