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무티닙이 임상시험 도중 사망을 포함한 부작용이 보고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전성 확보도 안 된 약을 왜 허가해 줬냐는 것. 이런 질타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복지위 소속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건부 허가로 의약품을 시판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규제완화는 제약사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위험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는 미국, 유럽등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올무티닙은 아무나 쓰는 약이 아니다. 기존 치료법을 다 써도 효과가 없는 말기 폐암환자가 쓰는 약이다. ‘가망이 없으니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소리를 듣던 환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쓰는 약이다. 말기 폐암환자들은 그의 발언으로 한가닥 남은 치료기회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권 의원은 올무티닙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약물반응이 29건, 사망 3건 등 32건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약과 관련된 부작용으로 밝혀진 것은 741명 환자 중 3명인 0.4%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약은 없다. 가장 많이 쓰는 진통제 중 하나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도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이 성분 약을 먹고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조건부 허가제도는 법이 아니라 ‘고시’로 운영됐다. 최근 식약처는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 촉진법’ 제정안을 만들었다. 현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로 넘어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시로 운영되던 조건부 허가제를 법으로 명문화해 일정 요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는 등 제도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보완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맞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고 없애자는 주장은 무책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