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삼성 사장단이 행동주의(activist) 펀드들에 대비한 주주친화정책에 관해 강연을 들었다. 옛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드와 분쟁을 벌인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최근 펀드들의 추세를 파악하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고민했다.
28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대표가 ‘글로벌 헤지펀드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최근 움직임이 다뤄졌으며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익을 많이 배당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엘리엇과의 분쟁을 겪은 삼성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쉽게 타깃이 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최근 몇년간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 가운데 성장성과 전망이 밝은데도 주가가 저평가된 경우가 많다고 판단하고 주로 지배구조가 불분명한 가족기업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몇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뒤 공세를 펼친다.
이들은 특히 일본에 알짜 기업들이 많다고 보고 지분 매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서드포인트는 일본 산업로봇 제조업체 화낙의 배당금 2배 상향을 이끌어냈고,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일본 전자업체인 교세라와 캐논 등에 강한 경영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의 투자 지분을 5.05%에서 6.12%로 확대하고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 사장단은 이번 강연이 경각심을 다시 한번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이날 강연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를 조심하라는 내용이 주로 다뤄져 유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