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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경제력집중만으로 처벌, 정당한가 논란 가열

김현아 기자I 2013.06.13 16:03:04

갤럭시S 성공하면 삼성디스플레이도 처벌?..재계, 공정위 자의적 규제 우려
기업 규모에 따라 처벌 달라야 하나..형평성 논란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경제력이 집중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규제하는 게 정당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의지를 밝히면서, 계열사간 거래 규제 조항을 경쟁제한성 여부를 보는 ‘5장’에서 경제력집중 억제의 장인 ‘3장’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 5조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계열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합리적 경영 판단이 없는 대규모 거래, 사업기회 유용의 경우 처벌하겠다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대 대기업집단의계열사간 거래가 과도해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이 발목잡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산업이 몇몇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우려가 공감을 받으면서, 국회에는 계열사 간 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총 8개나 발의됐다.

그러나 법안의 취지가 옳더라도 자칫 ‘제품을 잘 만들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악용될 우려가 제기돼 균형 있는 법안 심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상호출자제한 기업에 속하지 않는 기업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갤럭시S 성공하면 삼성디스플레이도 처벌?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계열사간 거래를 경제력집중의 잣대로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성장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4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의 LCD 공급계약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005380)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 이에 엔진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012330),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하이스코(010520)와의 거래가 늘어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수직계열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부에 찍힌 기업의 경우 공정위가 문제 삼으면 왜 이 거래가 정상적인 것인지, 보안 강화의 이유 때문인지 등에 대해 개별 기업이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 등을 매기면서 과도한 재량권을 가져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처벌이 달라야 하나..형평성 논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63개사만 처벌 대상이 된다. 나머지 기업들의 계열사간 거래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소위 재벌들의 폐해가 크니 집중규제도 괜찮다는 시각도 있지만, 속도위반을 처벌하면서 큰 차는 다 잡고 작은 차는 잡지 않는다는 논리에 대해 불평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 본부장은 “공정위 안대로라면 외부 기업과 계열사간 거래에 가격 차가 없어도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규제받을 수 있다”면서 “무리하게 새로운 규제를 3장에 신설하기 보다는 공정경쟁을 해치는 경쟁제한성을 다루는 5장의 규정을 보완·강화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기회유용금지 등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해진 만큼, 일단 이 법의 시행을 보면서 문제가 지속하면 새로운 규제를 추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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