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태 기자]“행복기금이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서민금융전담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 이해관계자들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주도로 벤처기업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22일 개최한 ‘금융 대토론회’에서는 ▲한국금융산업의 과제 ▲가계부채 연착륙방안 ▲서민금융활성화 방안 ▲창조금융의 과제와 활성화 방안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 ▲전환기 한국금융산업 발전방안 등 한국 경제·금융의 현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산가격 버블, 환율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 증폭,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유출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가져오게 될 후폭풍에 선제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금융회사 차원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차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자본유출입 관련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창업-회수-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정책금융의 지원도 ‘창조경제형’으로 바꿔 집중적 지원을 하게끔 구성과 절차를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첫번째 세션의 주제 발표를 통해 “올해 들어 우리나라 은행권의 가계부채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규모는 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가 도입한 행복기금이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행복기금이 오히려 채무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유지해 과도한 대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사태가 안정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한편 이와 함께 환율의 과도한 인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서민금융전담은행을 설립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은 연 20%가 넘는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지원체계, 신용회복·회생제도 미비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전담은행을 만들어 6~10등급 저신용자에게 3000만원 한도로 연 10~20%의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이라는 발표를 통해 “지난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경영위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채권자(예금자), 후순위채 투자자 등 민간 이해관계자들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 창업자들의 태도가 먼저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벤처 투자자들은 외부 투자자들에 대해 지나치게 폐쇄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들은 자기 회사라는 인식이 강해 지분 투자를 꺼리고 다른 회사와의 인수합병(M&A)도 선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벤처창업자들의 폐쇄적인 태도가 투자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에 중요한 원인”이라며 “정부가 벤처 기업들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잣대를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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