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치르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용역 직원`을 부른다는 겁니다. 회사 경영진은 무난하게 주총을 치르기 위해, 혹은 상대방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어 용역직원을 부릅니다. 물론 해코지를 가하기 위해 혹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용역직원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28일 루보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주주권리를 행사하려고 주총에 갔다가 얻어맞기만 했다고 하소연 합니다. 이 소액주주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 이어 벌써 두번 연속으로 의장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회사 관계자인 모 이사도 용역 직원한테 맞아서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측 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용역 직원을 불렀다는 군요.
그런데 회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직원은 500여명에 달했습니다. 무난하게 주총을 진행하겠다는 설명 치고는 너무 많은 숫자죠. 이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소액주주가 몇이나 있을까요.
루보는 지난해 최악의 주가 조작 사태로 시끄러웠던 기업입니다. 주가는 5만원대에서 1000원대까지 흘러내렸고 실적은 큰 폭으로 악화됐습니다. 주가조작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더니, 또 한번 큰 실망을 안겨준 겁니다.
웹젠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웹젠은 이날 주총에 약 200여명의 용역직원을 동원했습니다. 웹젠은 경영권 분쟁이 루보보다 조금 복잡했습니다. 라이브플렉스와 고현석씨, 네오웨이브가 분쟁에 뛰어들었고 뒤늦게 소액주주모임까지 합류했습니다.
웹젠은 주총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역직원을 고용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이 설명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서로의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현 경영진이 신변에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더래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일은 막아야했습니다. 이날 일부 주주는 피를 흘리기도 했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두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여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주총은 회사의 현 상황을 알리고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주주와 경영진이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총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입니다. 회사가 주주를 함부로 대해서야 되겠습니까. 한 소액주주는 주주권리를 행사하려면 격투기부터 배워야겠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주총을 쉽게 치르려다가 `주심(株心)`을 잃는 일을 피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