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TV 회사 TCL, 디자인 강조해 프리미엄 이미지
하이센스 반려로봇 '할리'…가전 연결하는 역할
서유럽 폴더블폰은 中 아너가 1위…삼성 꺾었다
삼성·LG 베끼기 여전하지만…"옛날의 중국 아냐"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유럽 시장을 두드리는 중국 업체들이 고급화와 빌트인을 앞세워 현지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TV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력 추격에 급급하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자체적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리고 있는 8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TCL 전시부스는 고급화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 중국 TV업체 TCL이 디자인을 극대화한 TV 제품.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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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TV업체 TCL이 디자인을 극대화한 TV 제품.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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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미술 전시관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공간이었다. TCL은 전시장 한쪽에 ‘더 TCL 아트 홈 콘셉트 시리즈(The TCL Art Home Concept Series)’ 벽걸이형 제품을 전시하고 TV에 그림을 띄워, 자사 제품을 미술 작품 액자처럼 활용했다. 그 옆에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와 캔버스 형태로 만든 TV를 비치했다. 다른 공간에는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TV 제품도 선보였다.
|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TCL TV.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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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TV업체 TCL이 디자인을 극대화한 TV 제품.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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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제품의 디자인은 외관에서 LG전자 라이프스타일 TV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프레임 TV와도 비슷했다. 중국 기업의 ‘한국 베끼기’는 여전했으나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TCL은 전시장 한가운데에 163인치에 달하는 초대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더 시네마 월(The Cinema Wall)’을 설치하는 등 초대형 기술력을 과시하는데 집중했다. 올해도 163형 마이크로 LED 제품을 전시했지만 전시장의 콘셉트 자체는 미술과 엮은 ‘TCL 아트(Art)’다.
TCL 전시장을 둘러본 한 관람객은 “TCL은 그간 초대형 기술을 과시해왔는데 올해는 전시장 테마가 예상과 달라 놀랐다”며 “프리미엄 이미지가 엿보인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이센스는 올해도 초대형 TV로 기술력 과시에 집중했다. 전시장 입구부터 163형 대형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고, 8K 화질의 스크린 레이저 TV는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하이센스가 반려로봇 ‘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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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과 마찬가지로 하이센스도 한국을 모방한 제품이 있었다. 하이센스는 LG전자의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와 비슷한 외형의 반려로봇 ‘할리’를 공개했다. 할리는 하이센스 가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할리에 키와 몸무게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얼굴을 인식하면 사용자 심장박동이나 스트레스 지수 등 생체 정보를 냉장고로 보낸다. 이를 기반으로 건강상태에 맞는 레시피를 추천한다. 오븐으로도 레시피를 보내 요리도 가능하다.
|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매직 V3’.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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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매직 V3’. (사진=김응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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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아너는 기술력으로는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IFA 2024에서 자사의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3’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덕에) 12개월 넘게 (가장 얇은) 챔피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를 겨냥해 도발했다.
이미 서유럽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아너가 서유럽에서 폴더블폰 1위 제조업체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2’를 출시한 아너는 올해 2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455%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