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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9시 40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지하철 연신내역 앞. 심야 시간 사람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 ‘안심 귀가 스카우트’의 대원인 이명옥(59)씨와 유우정(51)씨가 ‘서울 안심’이란 문구의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했다. 호신용 스프레이가 담긴 가방을 맨 뒤 한쪽 손에는 경광봉을 든 채 ‘서울시 안심이 앱’ 등으로 걸려 올 귀가 동행 서비스를 기다렸다. 유씨는 “아직은 귀가 서비스를 부르기에 이른 시간이라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며 “우리도 치안유지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흉악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귀가 동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매년 2000명 정도 수준의 사용자가 있었지만, 올해 7월까지 벌써 3800여명, 8월까지 더하면 4000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데일리가 동행한 서울 은평구 ‘안심 귀가 스카우트’의 이용자도 작년 월 평균 17건 정도에서 올해엔 42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은평구는 최근 주택가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이후 이 서비스를 집중 운영하기로 했다.
이씨와 유씨는 흉기난동 사건 이후 더 세심한 부분까지 순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빌라 아래 주차장이나 가로등이 없는 좁은 골목길 등을 훑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순찰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현장에서 귀갓길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이씨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 형태라 밤에 귀가기에 부담스러운 동네를 위주로 귀가를 도와주려 하고 있다”며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데, 여고생들도 종종 귀갓길 동행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범죄 소식에 스카우트 대원들의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장마와 폭염에도 출근해 타인의 귀갓길에 동행이 돼 주는 이유도 한 사람이라도 더 안전하게 집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유씨는 “저도 은평구 주민인데 제가 하는 일이 동네 주민과 가족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귀가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귀갓길 동행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신고해 경찰의 보호를 받게 하는 등 주민의 안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씨는 “한 번은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눈을 감은 채 길거리에 서 있기에 직감적으로 위태롭다는 생각을 했다”며 “현기증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듣고서는 짐을 동료와 나눠 들고 집으로 모셔다 드린 일이 있다”고 뿌듯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유씨도 “지체 장애인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자정에 거리를 배회하기에 인적사항을 물어봤으나 전혀 대답을 못했다”며 “술을 드신 것도 아닌데 말이 어눌하고 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에 112에 신고를 해서 도움을 요청 했었다”고 말했다.
활동하는 지역의 주민들이나, 안심 귀갓길 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낌다는 이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안심 귀가 스카우트는 월요일은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영된다. 이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서울 안심이 앱’ 등을 통해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