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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출산 안 했다"는 구미 친모, '임신거부증'일까

김민정 기자I 2021.03.22 14:07:04

국내서는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통해 알려져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경북 구미의 빈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 석모(48) 씨와 그의 남편이 출산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이는 정확도 99.99%로 알려진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4번이나 일치했음에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석씨가 ‘임신거부증(Pregnancy denial)’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씨의 남편 A씨는 지난 주말 MBC와 S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가 3년 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3년 전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며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했다.

이어 A씨는 “죽고 싶은 심정이다. 집사람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했겠나. 아내는 절대 출산하지 않았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A씨는 또 구속 수감된 석씨가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석씨는 편지에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진짜로 결백하다”며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석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있다. 그는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을 향해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들어서던 도중 ‘DNA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아니라고 얘기를 할 땐 제 진심을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숨진 여아와 석씨가 친자관계일 확률이 99.999% 이상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석씨가 숨진 여아를 임신했을 당시 ‘임신 거부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즉 원치 않은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상상임신의 반대 개념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임신 사실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임신거부증 증상이 심하면 산모는 임신 관련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태아가 숨어서 자라기도 하기 때문에 태아가 성장하는 자궁이 배 앞쪽에 위치한 게 아니라 위쪽으로 올라가거나 척추에 들러붙는 경우도 있다. 또 자궁의 형태가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니라 위아래로 길쭉하게 자라나기도 한다.

막 달까지 월경이 지속되는 경우도 일부 있으며, 임신테스트기를 통해서도 임신이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증상을 최초로 연구한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임신거부증협회’가 지난 2006년 유럽 내 산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유럽 대륙에서는 연간 350여 명의 산모가 임신거부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모 250명 중 1명꼴로 출산하기 전까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으로 임신거부증이 알려졌다. 당시 한국에 거주하던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는 영아 두 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 2년 넘게 방치했다.

당시 쿠르조는 경찰에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 내 뱃속에서 나온 신체의 일부인 무언가를 죽인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석씨의 출산을 도운 인물을 찾는 것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 단서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여아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김씨(22)를, 큰딸인 김씨의 여아를 약취한 혐의로 석씨를 각각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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