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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반대’ 청원에는 이날 오후 기준 4776명이 동참하고 있다.
청원을 제기한 누리꾼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최소금액으로 수요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어수업을 해왔다”며 “이러한 최소한의 수업도 받을 수 없게 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고 사교육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을 ‘놀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영어·한글 위주의 방과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누리과정은 영어수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방과후 과정에선 사실상 유아 대상 영어학습을 허용한다. 학부모 입장에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과정을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공교육 틀 내에서 이뤄지는 영어학습을 금지할 경우 사교육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것이다.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김지연(34) 씨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과정에서 이뤄지는 영어교육을 금지할 경우 사교육 시장만 배불릴 게 뻔하다”며 “벌써부터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연간 1236만원(월 103만원)으로 대학 등록금(연간 668만원)보다 1.8배나 비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시교육청의 학원·교습소 정보(2016년 12월 기준)를 바탕으로 지난 7월 서울시내 유아 영어학원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서울시내 반일제 이상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94만3000원이다. 여기에 재료비·급식비 등 월평균 기타경비(8만 7000원)을 합하면 월 103만원에 달한다.
김 씨는 “지금도 유치원 학부모들은 방과후과정에서 영어수업이 적다고 불만이 큰 데 그마저 금지하면 전부 사교육으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부모 의견 수렴을 통해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을 초등 준비교육에서 놀이문화 중심으로 바꾸는 교육과정 개선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에 대해선 시도교육청,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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