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필리핀 태풍 피해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게 됐다. 제22호 태풍 ‘하구핏(Hagupit)’이 필리핀에 상륙한 가운데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세부 등을 찾았던 한국인 여행객 1000여명의 발이 묶이면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해 필리핀 중부 관광명소 보라카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태풍 하구핏에 따른 항공편 운항 중단 등으로 제때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태풍 하구핏이 필리핀 중부지역에 상륙하기 전인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 필리핀항공과 세부퍼시픽, 에어아시아 등 현지 항공사를 통해 보라카이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개별적인 현지 여행에 나선 여행객들도 적지 않아 필리핀에 발이 묶인 전체 한국인 여행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여행자들은 필리핀이 태풍 영향권 안에 들어간 지난 5~6일에도 현지를 찾은 걸로 나타나 현재 필리핀에 발이 묶인 전체 한국인 수는 10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라카이에서 칼리보 공항을 오가는 배도 운항이 중지돼 여행자들은 보라카이 지역에 갇혀 있거나 육지의 칼리보공항 주변 호텔에 머무는 중이다.
업계는 보라카이 인근 칼리보 공항 주변의 기상 여건이 오는 9일에나 부분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이르면 이때부터 귀국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 태풍 피해 상황을 접한 한국 외교부는 필리핀 전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효했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들이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을 방문하지 말 것과 이미 동 지역에 체류 중일 경우에는 조속히 안전한 국가와 지역으로 철수할 것을 권고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필리핀 당국은 태풍 하구핏이 중부 동사마르주 일대에 상륙한 다음 날인 7일부터 주변지역 공항 4∼5곳을 폐쇄했으며 현지 항공사들도 부근의 항공편 이·착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8일 하루 운항 예정이던 마닐라발~인천행 항공편 등 국제선 18편과 국내선 항공편 176편 등 모두 194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필리핀 국가태풍센터는 제22호 태풍 하구핏이 8일 보라카이와 마닐라 사이를 관통해 서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태풍 하이옌의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73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일부 피해 지역에는 무너지거나 파손된 건물들이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필리핀 태풍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최소 7명이 숨지고 1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하구핏은 8일 오후 9시 필리핀 마닐라 남쪽 약 120km부근 해상을 지나며 9일 오후 9시에는 마닐라 서남서쪽 약 310km부근 해상까지 진출한다. 당초 ‘슈퍼 태풍’으로 분류됐던 태풍 하구핏은 7일 마스바테 지역에 상륙하면서 2등급 태풍으로 세력이 약화했다.
기상 당국은 7일 오전 중심부 최대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이 각각 시속 160㎞와 195㎞였던 태풍이 현재는 각각 시속 140㎞와 170㎞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또 현지 기상 당국은 태풍 하구핏이 오는 11일쯤 필리핀 권역을 완전히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