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쪽방촌'에 온정 전해

정병묵 기자I 2013.12.11 14:59:25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새벽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옆 경로당 앞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삼성이 제공하는 쌀, 방한 재킷을 받기 위해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날 삼성 사장단 32명 및 임직원들은 남대문, 용산 등 서울지역 6곳 쪽방촌에서 라면, 참치캔 김 등이 담긴 생필품 세트와 오리털 방한조끼 등 총 6억 원 상당의 물품을 선물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겐 직접 집을 찾아가 물건을 전달했다.

“할아버지, 몸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최치준 삼성전기(009150) 사장이 남대문 쪽방의 김모( 80)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방한 재킷을 입혀 드렸다. 김 할아버지는 “겨울이 되니 기관지가 좋지 않지 뭐. 그런데 필요할 때 여기다 전화하면 잘 도와주니 지낼만 해.”

할아버지의 전화기 옆에는 삼성전기 자원봉사 직원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삼성전기 임직원들은 지난달 말에도 김 할아버지를 찾아 방한 커튼을 설치하고 문풍지를 교체해줬다.이불 선물과 함께.

이날 삼성 직원들도 가파른 동네 골목을 오르기 힘든 노인들의 쌀포대를 손수레에 실어 배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수레가 부족하자 직접 쌀포대를 들고 골목을 오르는 건장한 남자 직원들도 있었다.

11일 용산지역 서울역쪽방촌 봉사활동에 참여한 삼성 사장단들이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전달할 생필품 세트를 운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삼성 제공.
서울 용산구 쪽방을 찾은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이모( 86) 할머니를 찾았다. 안 사장은 올해 관절염과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 할머니를 위로하고 찜질기, 건강식품, 돋보기 등을 선물했다.

용산구 쪽방촌에 사는 이모( 84) 할아버지는 “이 동네에서 30년이 넘게 생활했지만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나를 겨울이면 잊지 않고 찾아 줘 고맙다”며 “지난 해 목 디스크 수술을 하고 혈압약을 먹다 보니 오늘같이 추운 날에는 나가질 못하는데, 물건을 직접 집까지 가져다 주고, 몸까지 걱정해 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수현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은 “삼성은 10년째 해마다 쪽방 주민들에게 어떤 물품들이 지원되면 좋을지 우리와 고민해 왔다”며 “임직원들의 연말 봉사가 쪽방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은 11일 사장단 쪽방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임직원 가족과 지역사회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 봉사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간다. 올해 19년째를 맞은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에는 8만5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자매결연 마을과 학교 등을 방문해 난방유와 연탄, 송년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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