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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과 단체 측은 가해 기업이 피해가 발생하기 전부터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운학 공익감시 민권회의 대표는 “1993년 가습기살균제 특허 기록을 보면 ‘이 물질을 흡입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표현이 ‘에어로졸이나 스프레이 형태로 살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는 사용방법과 함께 명시돼 있다”며 “법원은 인체 유해성을 철저히 검사하지 않은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 대표도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유해성과 사용방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기업의 잘못을 봐야 한다”며 “증상이 명확함에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 영유아와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알려졌다.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원인은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종합포털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7891명에 달한다.
가해업체 중 하나인 옥시는 자사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피해자 사망에 영향을 끼친 점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2018년 대법원은 신현우 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은 2021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는 피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