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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그간 줄곧 부인해왔던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방 부회장은 입장을 번복한 까닭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3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사건 1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법인카드를 직접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넸고, 법인차량도 제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구속 기소된 방 부회장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전 16차 공판에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공판서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게 준 법인카드를 회수하라고 내부 직원들이 건의한 걸로 아는데 왜 회수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돈 쓸데가 있다’고 해서 ‘알겠어요. 형님’ 그랬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지인을 쌍방울에 허위 직원으로 올려 급여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아들 계열사 취업도 부탁에 의한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했다.
그는 자백 경위에 대해 “20대에 불과한 직원을 포함해 30년 동안 함께 생활한 동생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태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를 묻는 검찰에 “이화영 전 부지사나 이태형 변호사를 통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통화한 적은 있는데, 서로 직접 통화하거나 대면한 적은 없다”며 “(둘이) 친하다는 표현은 안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6월 25일부터 2022년 8월 25일까지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그만둔 후에도 쌍방울 총무팀 직원 명의로 받은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법인차량을 사용하고 자신의 지인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로 올려 급여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3억여 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오는 5일 외화 밀반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검찰의 4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의 대북사업인 스마트팜 지원비 500만 달러 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와 방 부회장의 대질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과 대북송금을 위한 외화 밀반출 등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