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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2월26일 세상을 떠난 ‘지성의 거인’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이렇게 추억했다.
박보균 장관은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초대 장관의 1주기 추모 특별전 ‘이어령의 서’ 개막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고인은 함부로 규정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고인의 삶은 상상력의 서사시”라며 “고인은 상상력을 무기로 투혼과 열정을 키워 도전한다. 언어의 승부수를 적시에 던진다. 그리고 승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인용하며 “고인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가지 않는 길’이 그의 삶 속에 있다. 미지의 길을 찾는 지적 모험과 용기는 그의 본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인을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박 장관은 “문인이었고 석학이었으며 88올림픽 굴렁쇠 기획자였고 최고 공직자였다. 어느 공간 어떤 분야에서도 고인은 독보적이고 탁월했다. 매력적이고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회상했다.
고인이 초대 문화부 장관 취임 때 ‘나는 아무것도 없는 빈 벌판에 집을 세우러 가는 목수’라고 한 말을 꺼내면서 되새기기도 했다. 박 장관은 “고인은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초석을 다졌다. 국립국어원을 창설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들어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갈채를 보내는 K컬처·K아트의 눈부신 성취 기반을 마련했다”며 “고인이 중앙일보 고문으로 계실 적에 저는 편집국장, 편집인이었다. 그분과의 대면은 지혜와 통찰,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를 얻는 자리였다. 저는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을 ‘문화매력국가’로 설정했다. 그 말속엔 이어령 선생님의 혜안과 비전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전과 관련해서는 “‘이어령 귀환’ 무대”라며 “관람객들은 고인이 뿜어내는 언어의 힘, 상상력의 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나 역시 그 속에 들어가 고인에 대한 기억을, 고인의 업적과 세기를 경험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김일환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유족들 주관으로 1주기 추모식도 함께 거행됐다.
고인은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초대 문화부 장관(1990~1991)을 지냈다. 60년 넘게 학자·언론인·소설가·비평가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려왔다. 암 투병 끝에 지난해 2월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는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25일부터 오는 4월23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고인의 육필원고 1점과 평소 사용했던 오래된 책상, 가방, 안경 필기구 등 유품이 진열됐다. ‘저항의 문학(1959)’ 등 대표저서 5권의 초판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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