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버너로 추위 버티다..70대 참전용사 화재로 참변

조유송 기자I 2017.12.15 14:24:26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e뉴스 조유송 인턴기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70대 국가유공자가 화재로 사망했다.

15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전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유공자 김모(79)씨가 숨졌다. 김씨는 1967년 10월부터 2년 동안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19세에 입대한 후 28년간 군 복무 끝에 육군 일등상사로 전역했다.

김씨는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를 휴대용 가스버너에 의지해 버텨오다 화재가 발생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14일 오전 4시7분쯤 신길동의 한 단층주택에서 시작해 건물 전체를 태운 뒤 2시간 만인 오전 6시쯤에야 진화됐다. 새까맣게 탄 김씨의 집에서는 건강보험료 독촉고지서 뭉치와 라면 봉지, 그을린 부탄가스통 수백 개가 발견됐다.

김씨는 1957년 19세의 나이로 육군에 입대했다. 1967년 10월 김씨는 수도사단(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 화재로 목숨을 잃기 전 김씨는 오랜 포병 복무로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래전 이혼해 최근까지 홀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떨어져 지내는 아들과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잡동사니나 쓰레기를 집안에 쌓아두고 있어서 우리가 치워주겠다고 하면 ‘아들이 찾아와 치워줄 거다’라고 말했다”며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드리게 아들 연락처를 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주지 않았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숨진 김씨는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웃 주민은 “무허가 필지에 지어진 10평(33.05㎡)짜리 작은 집에 혼자 살면서 도시가스마저 끊겨 휴대용 가스버너의 불로 추위를 버텨오던 분”이라며 “결국에는 그게 원인이 되어 불이 난 모양”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셨음에도 아직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며 “월남전 참전자 평균 연령이 74세이고, 그분들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김씨에 대한 장례 절차와 참전용사 묘지 안장 등 필요한 예우를 모두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등포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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