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한나 조진형 기자] 이마트의 비씨카드 결제거부사태 이틀째, 양측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할인점과 카드사들로 확산되는 등 수수료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일 양측 대표가 직접 협상을 언급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양측 입장에 조금도 변화가 없어 대화 제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카드 3사와 여신협회에 대해 전격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담합혐의를 강하게 풍겨 앞으로 사태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양측 협상 성사 불투명..`책임 떠넘기기` 일색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CEO간 협상을 통해 사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호군 비씨카드 사장에 대표자협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실무자급 협상이 우선이며 CEO급의 공개토론은 실무협상 이후에 할 일"이라며 대표자협의를 거부하고 대신 실무자급 협의를 수정제의했다.
이날 양측 대표가 각각 대표자협의 및 실무자협의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분쟁을 바라보는 일반 여론이 날로 나빠지고 있는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외적 압력이 거세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마트를 방문한 많은 소비자들이 비씨카드 결제 불가에 따른 불편을 겪었고, 장기전으로 접어든 양측업계의 분쟁을 `밥그릇싸움`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공정위 관계자 20여명은 비씨 KB LG 등 카드 3사와 여신금융협회, 가맹점단체협의회 등을 방문해 담합 의혹에 대한 현장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그동안 `개입불가`를 밝혀왔던 공정위가 태도를 바꿔 전격 조사에 착수한 것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수수료 분쟁을 해결해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양측이 오랫동안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이날 대표들이 대표자 또는 실무자급 협의를 제안한 데서 사태해결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낳았다. 그러나 양측의 제안은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입장에는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은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사태 날로 악화.. 전 업종으로 확산될 수도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네탓 공방`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수료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가 이마트를 뒤따라 가맹점 계약 해지 대비에 들어가는 등 카드결제 불가 사태가 할인점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석을 앞두고 `카드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전국 30개 전 점포에 "카드사에서 일방적으로 무리한 수준의 수수료 인상을 통보해 올 경우 부득이하게 해당 카드의 취급을 중단할 우려가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게시, 가맹점 계약 해지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롯데마트도 이같은 안내문은 게시하지 않았지만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단협)도 여신협회의 대화제의를 거절하고 이날 민주노동당을 방문하는 한편 본격적인 규탄대회를 준비하며 실력 행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비씨·LG·KB 등 카드사들은 "모든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다고 해도 기존 방침에는 변함없다"며 수수료 인상 불가피를 분명히 밝혀 양측 입장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에 이어 다른 할인점에서도 가맹점 계약 해지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마트측은 비씨카드 결제 중단으로 다소의 고객 불편은 있었지만 우려했던 카드대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수료 사태가 할인점 전반 나아가 전업종으로 번질 경우 소비자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