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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도입
SK바이오팜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총 8425억원(계약금 220억원)을 투자해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WT-7695’를 들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와 8000억원(계약금 118억원) 규모로 방사성의약품 ‘FL-091’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두 후보물질 도입에만 총 1조6000억원을 베팅한 셈이다.
2029년에는 세노바메이트 단일 품목으로만 매출 1조원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2032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성장의 만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방사성의약품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새로운 파이프라인 하나를 추가한 수준이 아니라 보다 입체적인 사업 전략에 따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중추신경계(CNS)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항암 분야로 외연을 넓혀 성장성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정밀의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RPT를 차세대 축으로 선택했다"며 "RPT는 약물·진단·방사성동위원소(RI)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모달리티이자 글로벌 경쟁이 아직 치열하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는 점이 전략적 기회라고 판단했다. 특히 현 시점에서 핵심 성공 요인인 RI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점도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방사성의약품 시장 성장성과 ‘선제 투자’ 자신감
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에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성장 여력이 큰 시장과 그 안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억달러(9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8%씩 성장해 2034년에는 144억달러(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방사성의약품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낸 제품은 노바티스가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다. 플루빅토는 지난해 13억9200만달러, 약 1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2% 성장한 수치지만 아직 방사성의약품 시장 전체를 선점한 절대 강자는 없다. 그만큼 시장 진입 난도는 높지만 반대로 말하면 초기 주도권을 잡을 여지도 남아 있는 셈이다.
RPT는 RI 생산·공급망, 방사선 차폐 설비, 전문 인력, 의약품과 원자력 두 분야의 이중 규제 등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여기서 RI는 루테튬, 악티늄 등 방사성의약품에 쓰이는 핵심 방사성 동위원소, 즉 원료를 뜻한다.
치료·진단용 RI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된 뒤 화학적 분리와 정제를 거쳐 의약품용으로 공급된다. 이 같은 연구용 원자로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여서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루테튬·악티늄 공급난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상업화 이후 대량 생산까지 염두에 둔다면 무엇보다 선제적인 RI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RI와 제조시설 등에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업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는 시장”이라며 “초기 국면일수록 인프라를 먼저 깔아두면 향후 경쟁이 본격화되는 구간에서 방어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세노바메이트 이후 회사의 성장 전략을 두고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모달리티 가운데 방사성의약품을 선택한 것도 SK바이오팜의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은 미국 테라파워와 악티늄 공급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해 핵심 원료 확보 문제부터 해결한 상태였다. 여기에 스몰몰레큘(저분자 화합물) 신약을 상업화한 경험 역시 방사성의약품 선택에 힘을 실어줬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해 우리가 상업화에 성공한 영역도 스몰몰레큘”이라며 “방사성의약품 역시 스몰몰레큘 기반이므로 해당 분야에서 축적한 개발 역량과 노하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 기업이 없는 시장에서 기회 요인이 크고 동시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 또 핵심 원료 공급망 확보가 관건인 시장에서 이를 미리 구축한 점이 다른 기업들이 넘기 어려운 허들을 선제적으로 넘었다고 판단하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순 치료제 개발 아닌 밸류체인 겨냥...2027년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SK바이오팜의 방사성의약품 전략은 단순히 후보물질을 개발해 시판까지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사성의약품은 치료제 개발 기술만으로는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제조 역량과 상업화 전략까지 포함한 밸류체인 전체에 대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SK바이오팜은 핵심 원료인 악티늄을 미국 테라파워에 이어 지난 3일 독일 애커트앤지글러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방사성의약품 사업을 위한 핵심 RI 공급선을 북미와 유럽에 걸쳐 선제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악티늄은 강력한 알파입자를 방출해 차세대 방사선 표적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생산 설비와 공정이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공급난이 반복되는 동위원소다. SK바이오팜은 이 공급망을 여러 축으로 분산 확보함으로써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료 리스크를 줄였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악티늄 공급망을 북미·유럽에서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후보물질 도입과 함께 연구·제조·상업화를 아우르는 공급망(밸류체인)을 구축해 개발 위험을 낮추고 있다”며 “RI 공급망 확보, 후보물질 발굴·도입, 전임상·임상 개발, 방사성의약품 제조 인프라, 글로벌 상업화까지 전 단계를 내부 역량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통합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개발·상업화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SK바이오팜은 추가 파이프라인 도입도 열어두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저분자 기반 RPT 설계 역량과 정밀 타깃 전략,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도즈메트리(선량 계산)와 장기 안전성 등 기술적 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갖춰가고 있다고 자평한다. 이 같은 요소가 향후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SK바이오팜은 상업화 전략 역시 단일 모델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 개발과 상업화 전략은 기본적으로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체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하되, 라이선스 인과 라이선스 아웃, 자체 개발을 병행하는 방식도 열어두고 있다. 다양한 옵션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성공 가능성을 높여 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가져갈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2027년까지 파이프라인과 자체 연구개발(R&D) 플랫폼, 제조·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리딩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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