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화물연대 파업의 위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공정위는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시도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화물연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에 조사관 17명을 보낸 것. 공정위 조사관들은 “건물 안에 들어가서 조사해야 조사를 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공공운수노조 건물 내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 측 반발로 건물에 진입하지 못했다.
양측이 대치를 이어간 가운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과 공정위 조사관들은 이날 오후 1시45분께 건물 밖에서 미팅을 했다. 화물연대 측은 “현재 민감한 상황·사안”이라며 “공공운수노조에 입주해 있는 여러 단체가 동의하지 않아 건물 내에서 공정위 조사를 하긴 어렵다”고 전달했다.
결국 공정위의 화물연대 현장 조사는 불발됐다. 공정위는 조사 개시 공문만 전달했으며, 양측은 앞으로 면담 진행 여부 등을 논의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관련한 조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며 “공정위 측의 조사 개시 공문을 전달받아 조사 과정 및 형식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공정위를 동원한 노조탄압’으로 규정했으며, “근거와 명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사업자 혹은 사업자단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을 노동조합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과도한 행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산별노조로 사업자단체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 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다면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화물연대는 “국민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안전운임제는 여전히 뒷전으로 오로지 노동조합을 향한 공세만 있을 뿐”이라며 “정부의 탄압만큼 더 완강한 투쟁으로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