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19라는 외생변수를 만나 딜이 무산됐지만, 매각이 성사됐다면 HDC현산도 함께 추락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어떻게 될까. 당분간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됐지만, 시장에선 현재 투자적격 최하단의 등급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지금 펀더멘털대로면 투기등급 추락이 정당하다는 요구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로 매출이 거의 사라진데다 향후 언제쯤 반등이 가능할 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전문가들은 항공업종을 코로나19 이후 구조조정 1순위 산업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예견됐던 일이다.
“아시아나항공, 투기등급이 맞다”
아시아나항공은 31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206명의 응답자중 32표(15.5%)를 받아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 5위에 올랐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응답비중은 17.7%(11명)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32명 전원이 아시아나 등급이 현재보다 낮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시아나항공(색동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은 20표(9.7%)로 공동 13위였다. 아시아나와 색동이ABS의 응답을 더할 경우 52표(25.2%)로 호텔롯데를 제치고 워스트레이팅 2위에 오르게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BBB-’에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신평사들은 HDC현산 인수 가능성을 반영해 상향검토 대상에 올렸었지만, 지난 6월 코로나19 확산 및 딜 무산 가능성에 유동적 검토 대상으로 변경했다가 9월 들어 하향 검토대상에 등재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8년 350억원, 지난해 48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9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차입금은 지난 2018년 2조9875억원에서 지난해 7조1308억원으로 2배이상 급증했고, 6월말 현재 7조8195억원을 기록중이다. 이중 1년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조1495억원에 달한다.
3대 1 균등감자 ‘바람직’… 등급 강등될까
이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3대 1 균등감자를 공시했다. 최대주주를 비롯한 모든 주주들의 주식 3주를 1주로 합치는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잠식률 50%를 탈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아시아나 매각이 결정됐을 당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금호고속 보유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SRE 자문위원은 “통상 대주주의 차등감자는 워크아웃 등이 진행될 때 동반된다”며 “정상기업인 아시아나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려면, 그 이전에 감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이 자문위원은 “현재 산업은행을 빼놓고 누구도 아시아나항공 지원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소송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균등감자가 당연하다”며 “워크아웃 기업이 아닌데도 차등감자를 주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 비정상이 정상으로 느껴지는 상황같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이지만, 3대 1 균등감자 이후엔 자본잠식이 완전히 해소된다.
다른 SRE자문위원은 “기관들이 아시아나항공 채권을 보유한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워스트레이팅 상위기업에 올랐다는 건 현재 ‘BBB-’ 등급이 과대평가됐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대한항공대비 펀더멘털이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더라도 투기등급(BB+)이 적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88년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4년까지 ‘BB+’ 투기등급에 머물렀으나 이후 ‘BBB’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말 모회사인 금호산업(002990)과 금호타이어(073240)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BBB-’에 하향검토 감시대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는 현재와 동일한 등급으로 등급 강등이 현실화하면, 아시아나항공은 16년만에 투기등급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