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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지난 3월(9조6000억원)의 증가폭을 뛰어넘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6조1000억원 늘어나 지난 7월 증가폭(4조원)이 잠시 주춤했던 것에서 증가폭을 다시 확대했다. 지난 6월 이후 수도권에서 크게 늘어난 아파트 매매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서울·경기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3월 2만호, 4월 1만6000호, 5월 2만3000호 수준에서 6월 5만1000호, 7월 3만3000호로 증가했다.
전셋값이 뛰고 있는 것도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을 키웠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7월 2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전세거래가 많은데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6월 0.53%, 7월 0.63%에서 8월 0.81%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택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까지 옮겨붙고 빚투 열풍 지속에 따른 주식투자자금 수요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지난달 기타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하는 은행의 가계 기타대출은 지난달 전월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최대 증가폭인 2018년 10월(4조2000억원) 규모를 크게 웃돌며 사상 최대 증가폭 기록을 새로 썼다. 윤 과장은 “주택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까지 이어졌고 최근 공모주 청약과 관련한 증거금 납입을 위한 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8월에는 여름 휴가철로 가계자금 수요가 높은 달인데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소멸되면서 생활자금 수요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대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며 8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대기업대출이 1000억원 감소 전환했지만, 중소기업대출이 6조1000억원 증가하며 전월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은행 대출을 늘렸던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상황이 개선되며 대출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완화됐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다만 이달에는 추석 상여금 지급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소폭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 과장은 “최근 가계대출에는 주택자금 뿐 아니라 주식 투자자금과 생활자금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9월에는 추석 상여금 유입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축소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달에는 지난달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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