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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한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 측면에서 무엇이 필요하느냐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작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해야 할 우리의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지를 넓혀주기 위한 모든 일을 하는 것에 열려 있다”며 “훈련규모 조정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외교의 문을 열어놓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잇따라 담화문을 발표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날 북한은 이례적으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까지 발표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청와대 대변인 격인 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위 대변인은 “조미(북미)관계의 거듭되는 악순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으로 하여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한·미 군사위원회(MCM)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한·미가 연합훈련의 축소·조정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연합군사훈련의 추가 축소 등이 지난달 스톡홀름 협상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 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북한은 그동안 협상 재개 전제 조건으로 미국이 성의있는 행동을 요구했던 만큼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이름으로까지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후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6개월 정도라도 한시적으로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한기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서울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제44차 MCM을 개최한다. 이어 이날 논의 결과를 토대로 15일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공동주재로 제51차 SCM이 열린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한·미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정세평가 및 정책공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 미래 안보협력, 주한미군기지 반환 등 다양한 동맹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종료시한이 내주 앞으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와 관련한 논의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