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 최대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마운트곡스(Mt.Gox)가 모든 거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 당국이 마운트곡스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등 비트코인 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재무성과 경찰, 기타 관련 당국에서 마운트곡스 사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스가 장관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에 있는 연방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마운트곡스측에 소환장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검찰은 소환장에서 “관련 자료를 폐기하지 말라”고 마운트곡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거래 중단으로 고객들이 4억달러(약 429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초기 단계인 비트코인 신뢰성이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으로 마운트곡스에 대한 비난과 루머도 난무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마운트곡스의 유통 비트코인 1244만개 가운데 6%에 이르는 74만4000개가 외부 해커에 의해 도난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돌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서도 당사자인 마운트곡스는 극도로 발언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7일 기술적 결함으로 자금 인출 중단사태를 빚었던 마운트곡스는 급기야 전날 홈페이지(www.mtgox.com) 접속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접속이 이뤄지지 않은채 아침부터 빈 화면만 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출 등 거래 서비스도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마운트곡스는 이날 오전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같은 검토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카펠레스 최고경영자(CEO)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업은 현재 전환점을 맞았다”고 전제한 뒤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해야 하지만 다른 업체가 관련돼 있어 현재로서는 많은 얘기를 할 수 없다”며 몸을 사렸다.
이같은 스캔들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세계 여러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평균가격을 산출하는 코인데스크는 지난해 12월4일 1단위당 1151달러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517.7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짐 에인절 미국 조지타운대학 경제학 교수는 “비트코인은 전자책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에 불과하다”며 “신기술에 기반해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인프라인 만큼 이번과 같은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