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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성북동밸리를 아십니까?

이진우 기자I 2001.11.08 19:25:01
[edaily] 혹시 "성북동 밸리"라는 말은 들어보셨는지요? 일단 성북동 하면 "비둘기"가 연상되는데 "밸리"가 붙으니까 좀 이상하십니까? 아무 단어에나 "밸리"를 붙이는 것도 식상하긴 하지만 성북동에도 벤처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답니다. 테헤란밸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강남 벤처들과는 조금 다른 강북 성북동 주변의 벤처기업들을 증권산업부 이진우 기자가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강남"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십니까? 패션, 오렌지, 8학군, 벤처, 힙합…그 중에도 특히 벤처기업은 강남이라는 단어와 참 밀접한 듯합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강남에 자리잡고 있고 테헤란밸리라는 단어가 벤처기업과 동일어로 쓰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강남에서 술 먹었다"고 하면 "와, 거하게 마셨나보군"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고 "강남에 삽니다"라고 하면 "젊은 나이에 참 대단하십니다"라는 인사를 종종 듣게 됩니다. (참고로 저는 강남에 안 삽니다.) "벤처기업=신흥부자"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벤처기업은 강남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죠. 벤처 경기가 식어버린 요즘은 비싼 임대료를 피해 분당, 마포 등으로 거처를 옮긴 벤처업체들도 꽤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성북동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아예 처음부터 성북동 주변에 자리를 잡은 토박이들입니다. 성북동도 사람 사는 곳인데 벤처기업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하면 그리 대꾸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벤처기업과 성북동이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벤처 겨울을 피해 잠시 피난 온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북한산 기슭에 자리를 잡았던 토박이 벤처들입니다. 성북동 밸리의 업체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액토즈소프트가 있습니다. 96년 게임동호회에서 출발한 이 업체는 무협 게임인 "천년"을 개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게임전문 업체입니다.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을 개발한 "위메이드"도 바로 이 근처에 있습니다. "마일로의 모험", "짱구는 못말려" 등의 게임을 내놓은 "시리아소프트"도 걸어서 10분거리에 있구요. 3D게임을 개발하는 "키프엔터테인먼트"도 역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물론 "난 그런 회사 이름도 처음이고 게임 이름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분들이 더 많으실 겁니다. 하긴 그러니까 벤처기업이지요. 공교롭게도 모두 게임개발 업체들입니다. 이들이 성북동 주변으로 모인데는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성북동이 게임개발 사업을 하기에는 최고의 입지"라고 입을 모읍니다. 액토즈소프트의 관계자는 "건물임대료가 강남보다 싼 것은 당연하고 주변에 벤처기업들이 많지 않다보니 혜화 전화국의 인터넷망을 별 경쟁없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망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이 곳에 있으면 강남 쪽 업체들에 비해 트래픽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국민대, 성균관대 등 대학가의 중심지에 자리한 것도 게임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30대 테마에 초점을 맞추는 테헤란밸리의 벤처에 비해 이들은 10대~20대 초반의 이용자들이 주 타겟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역시 학교 동아리에서 게임을 만들다가 근처에 사무실을 얻어서 시작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 업체들을 가보면 확실히 강남의 벤처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화려한 외관과는 다들 거리가 멉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홍릉밸리"라는 벤처보육단지를 조성, 강북지역으로 벤처들을 유치하고 있고 부품, 소재, 바이오 산업이 주를 이루는 강북 벤처들로 투자가 몰리는 현상도 벌어지지만 강북의 벤처기업들은 강남의 벤처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추운 겨울을 나는 "성북동 비둘기"입니다. 강남벤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강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홍릉밸리로 그나마 관심이 몰리는 지금은 게임산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들은 "벤처자금을 투자받아 화려하게 시작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성북동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북동에 "번지수"가 새로 생기면서 비둘기들은 갈 곳을 잃었지만 성북동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들은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이들 강북 벤처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 지 한번 관심 갖고 지켜봐 주세요.성북동 벤처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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