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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檢 신상공개가 `조리돌림`? 스스로 당당하면 고마워해야" [일문일답]

이수빈 기자I 2023.01.12 12:41: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
검찰 수사·김건희 특검·선거제도 등 질문
李 "`검찰 리스크`라 불러달라" 부당함 강조
`김건희 특검`엔 "관계 없이 연관지어 억울"
尹 띄운 중·대선거구 "유일한 방안 아니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당 일각에서 나온 ‘검사 신상공개법’ 제안에 대해 “다 알려진 사실을 공개했다고 ‘조리돌림’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하고 부정한 행위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검사들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먼저) 자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과 대립각을 키워온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를 두고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요구는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함께 언급하는 것에는 “그 두 사안을 연관짓는 것이 부당하다”며 “저를 향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이미 경찰이 무혐의 종결한 사건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분은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나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이 이 대표만 수사하고 김건희 여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며 ‘편파수사’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최근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제(특검)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맞불작전에 나섰다.

한편 이 대표는 선거제 개편과 표의 등가성을 확보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냐는 것에는 회의적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른 방법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일 12시간가량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는데 소회가 궁금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당한 처사이긴 하지만 검찰의 소환요구에 당당하게 임했다.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이러한 요구들은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는 강한 지적을 다시 한번 드린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외 대장통 개발 특혜 의혹이나 선거법 위반 등 다른 ‘사법 리스크’ 관련해서도 검찰의 조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검찰 조사 요구가 오면 출석에 응할 것인가.

△세상 일이라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만큼 다양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가정을 해서 말씀드리면 끝이 없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 라고 말씀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선거제도 개편에 관련한 대표 생각을 밝혀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여당과 협상에 나설 의사가 있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국민적 관심도 매우 높고 여야 정치세력들 간에 이해관계도 충돌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표의 등가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고 특히 지역주의를 해소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고착화 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표의 등가성을 확보해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드시 중·대선거구제만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실 것 같다. 저 역시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냐는 것에는 회의적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른 방법도 많이 있다.

여야가 가능한 모든 제도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심도 있게 토의하고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당 내부에서도 국민의 뜻을 살펴가며 입장을 만들겠다.

-최근 당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TF’를 띄웠다. 그간 당 지도부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목소리 높여왔는데 이에 대한 대표 의견은.

△그 두 사안을 연관짓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를 향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이미 경찰이 무혐의 종결한 사건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분은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나 많이 드러나고 있다. 관계 없는 것을 관계 짓는 것은 억울하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로서 공천 룰 확정,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 로드맵이 있나.

△아직 공천에 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우리 당 내에는 공천시스템이 투명하게 갖춰져 있고 필요하면 일부 제도를 보완할 수는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걸로 생각한다.

유능하고 실적있는 당 내 인사들이 시스템을 통해서 다시 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결국 판단은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게 판단될 거다. 합리적 기준에 의해서 또 시스템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는 점 말씀드린다.

-전세보증금 지원이나 기본시리즈 등 다양한 약속을 제시했는데 이 제안들은 모두 재원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국정운영은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의 책임이고 소관이라 민주당 뜻대로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국회 다수당으로서 야당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여당과 협치를 하고 필요한 경우 설득해 목표를 이뤄내고 국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실적을 만들겠다.

-당 대표 취임 전보다 민주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내년 총선 반드시 승리하는 정당 만들기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

△지지율에 연연하면 아무래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정치는 선거를 통해서 평가받는 것이고 선거 이전에는 정치세력으로서 우리 국민들이 위임한 일들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야당의 가장 큰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폭주, 무도함, 반국민적 행태를 견제하는 일이 야당의 제1의 역할이다. 대안세력으로서 또 국정의 한 부분을 맡은 정치 집단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내고 성과로 우리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해나가겠다. 그 성과로 내년에 우리는 총선에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민생과 관련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할 생각인가.

△민주당은 ‘민생회복프로젝트 30조원’을 제안 드린다. 예산편성 통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여당과 협의 해나가겠다.

-‘영수회담’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는 초대 형식을 문제 삼아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조사 후 영수회담을 거듭 요청하는 게 정략적이라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년인사회는 당시 실무진에서 일정이 확정돼 있었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다. 형식을 문제 삼아 불참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 부족함을 지적한 것이다.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 구속됐다. 측근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구속까지 됐는데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할 생각은.

△사법부의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로 하는 것이다.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이라는 분명한 근거를 갖고서도 그에 번복되는 진술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에서 매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을 내려놓는데 동의 의사를 밝혔다. 최근 검찰이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검토하고 있는데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나.

△정당하고 적법한 권한 행사는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복을 입고 강도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상황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사례가 없다. 지금 검찰은 그야말로 권력의 하수인이 됐다.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균형이나 합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는 점을 고려해달라.

-국회의원으로 8개월, 당대표로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 이재명의 정치행보와는 결이 다를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왜 그렇게 오버 하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아무도 봐주지 않고 외면하니 우리의 성과,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색다른 모습을 취했던 것 같다. 벼룩이 눈에 뛰려면 튀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벼룩이 강아지가 되고 돼지가 되고 소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없다. 송아지가 벼룩처럼 튀면 다리 부러진다. 그걸 ‘광우’라고 한다. 상황과 역할, 위치에 따라 행동과 책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이재명답지 못하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람들이 ‘사이다가 아니다’ ‘사이다 맛이 많이 빠졌다’ 하는데 제가 다수당의 대표로서 그 책임감과 무게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기 어렵다. 표현도 개인일 때 할 수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제가 가지고 있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이나 의지, 실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물론 제 개인적인 의지를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안보불안’을 두고 대통령의 말폭탄을 지적했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도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저도 말하기로 하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감과 또 역할의 무게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간, 또 전세계적인 합의사항이다. 또 우리가 핵무장을 하기 위해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데 과연 미국과 협의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확장억지전략으로 한반도에 핵 지원을 하는 상황인데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 과연 미국과 협의해 성공할 사항인가.

만약 우리가 공식적으로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하라고 어떻게 말을 하나. 한반도의 남북한이 서로 핵무장을 하면 일본은 가만히 있겠나. 첫째로는 그래서도 안되고 둘째는 실현 가능성도 전혀 없고 세번째 한반도의 긴장만 격화, 고조시키는 일이어서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권 남용을 지적하지만 현재의 검찰 체제는 작년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결과다. 현재 인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검찰제도나 사법제도 개혁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춰놔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책임자의 의지에 따라 그 시스템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시스템이 부실해도 운영자가 잘 운영하면 된다. 결론은 사람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검찰의 권한남용 문제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압수수색 영장을 너무 남발한다. 보도를 했다고 기자를 구속하겠다고 영장을 청구한다. 검찰권 행사가 지나치게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도 심각한 문제다.

-당 일각에서 ‘검사 신상공개법’ 내용이 나오는데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공직자들이 공식적으로 하는 업무는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다. 국민은 이를 누가 행사했는지 당연히 알아야 한다. 판사도 어떻게 판결했는지 판결문에 이름을 다 공개한다. 그런데 검사만 왜 자신들이 한 일을 공개하면 안되나. 어디서 일하는 누구인지 이미 공개된 사실을 말했다고 ‘조리돌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반발하는데, 자신들이 한 행위를 드러낸 것을 ‘조리돌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하고 부정한 행위임을 인정한 것이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자랑해야 한다. 국민이 맡긴 일을 내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알려줬다고 고마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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