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19일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자동차(000270)가 순환출자 해소 유예기간을 어겨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주식을 연쇄 보유하는 식으로 지배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A기업이 B기업 주식을, B기업이 C기업 주식을, C기업이 다시 A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확보하고 A기업의 장부상 자본금(가공자본)이 C기업 출자분만큼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14년 7월 25일부터 대기업 집단(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했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다.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한 순환출자 고리는 6개월 안에 해소하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1일 현대제철(004020)과 현대하이스코 간 합병으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합병 전 현대차는 현대제철 지분 7.9%, 현대하이스코 지분 29.4%를, 기아차는 현대제철 19.8%, 하이스코 15.7%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하이스코 주식을 보유한 대가로 현대제철 합병 신주를 각각 575만 주(4.3%), 306만 주(2.3%) 더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올해 1월 4일까지 순환출자 강화 분에 해당하는 주식 총 881만 주를 처분하라고 두 회사에 통보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처분 시한을 불과 열흘 앞둔 작년 12월 24일 이 같은 방침을 결정해 회사 측에 전달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 사례 등을 담은 공정위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진 까닭이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2월 5일 현대제철 주식 4439억 원어치를 매각했지만, 이미 기한을 32일 넘긴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공정위 과징금(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에 경고만 하고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건은 순환출자 금지 제도 시행 이후 첫 위반 사례”라며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자진 시정을 했고, 지배력 강화가 아닌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합병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고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