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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10회 연속 동결이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긴축 기간을 수식했던 ‘장기간’ 표현이 삭제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시장 기대를 무참히 꺾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당시 ‘5월 경제전망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것이다. 이는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한은은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이 주춤한 모습”이라며 “연간 물가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근원물가 2.2%·소비자물가 2.6%) 수준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농산물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물가 데이터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개월 만에 반등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까지 치솟는 등 수입 물가 상승세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유가는 한은의 전망치인 80달러대 초중반 수준을 이미 상회했다.
특히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로 가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조정을 자동차 깜빡이에 비유하곤 하는데, 현재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고 깜빡이를 켤지, 말지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5~6월 전 세계 경제와 (유럽중앙은행 등) 여타 중앙은행의 결정을 봐야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론 두 번 정도 데이터를 더 봐서 (금리 인하에) 확신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기존 1명에서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도 7월 인하 가능성을 낮춘다. 지금부터 3개월 뒤는 7월이기에 금리 인하를 위해선 포워드 가이던스로 의중을 드러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 기자회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이후에도 현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1명은 기조적인 물가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에 내수 부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물가안정’을 좀 더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성장 흐름, 가계부채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탈동조화와 환율 변동성 등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금통위원들이 가장 고민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언제 확신할 수 있을지”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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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중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은 유지했다. 다만 인하 시점과 폭은 하향하는 분위기다. 기존 ‘5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 7월 인하, 연중 세 차례 인하’ 전망에서 ‘7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 8월 인하, 연중 한두 차례 인하’로 전망이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긴축기조의 ‘장기간’ 부담은 벗었지만, 인하의 깜빡이를 켜기 위한 조건으로 소비자물가 안정 확인에 향후 2개월 정도가 필요해졌다”며 “환율, 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할 경우 3분기 금리 인하 기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조건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2%대로 수렴한다는 확신”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가 올 4분기 혹은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