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역대급 최저금리로 13억달러 조달…글로벌 안전자산 `우뚝`(종합)

이명철 기자I 2021.10.07 12:11:33

정부, 13억달러 외평채 발행 성공…가산금리 사상 최저치
홍남기 “해외투자자 신뢰 재확인” 亞정부 첫 그린본드 발행
"금융시장 대외지표 안정적…외평채 발행 안정적 영향 기대"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역대 최저 수준의 가산금리를 기록하며 1조 5500억원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했다.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아시아 정부 최초로 유로화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 참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화 외평채 2년째 마이너스 금리 발행

기획재정부는 7일 오전 12시 20분 약 13억달러(약 1조 5500억원) 규모의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최종 유효주문은 달러채권이 발행액의 4배, 유로채권은 6배를 기록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10월 외평채 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이 외화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한다. 이번에는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5억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유로로 나눠 발행했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달러화가 기존 50bp(1bp=0.01%)에서 25bp, 유로화는 35bp에서 13bp로 축소돼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채권 발행금리는 시장별로 정해진 지표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발행자 신용도가 높을수록 가산금리는 낮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2009년 4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물 외화채권 발행 물꼬를 트기 위해서 외평채가 발행됐는데 당시 미 국채 10년물 가산금리가 437bp였지만 오늘 25bp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며 “가산금리가 크게 축소돼 최종 발행금리 자체도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유로화 표시 외평채 발행금리(-0.053%)는 2년째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김 국장은 “발행 시 채권 원금보다 많은 약 7억200만유로를 받고 만기에 7억유로만 상환하는 방식”이라며 “향후 금리 상황에 따라 채권 가격이 변동해 현금보다 불가피하게 유리한 경우도 있어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표시 외평채 10년물 가산금리 추이. (이미지=기재부)


정부는 또 발행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유로화 그린본드를 발행해 국내 기관들의 해외 조달 통화 다변화, ESG시장 활용 확대 사례를 제공했다.

김 국장은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국내외 ESG채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린본드를 발행함으로써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우량 투자자들의 신규 투자 유치 효과가 꽤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환보유액 확충·민간 자금조달비 감축 기대

성공적인 외평채 발행의 배경은 우리나라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도 때문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중국 헝다 사태 등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객관적인 평가이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13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확충을 통해 선진국발(發)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발 위기 등 대외 충격 시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 감축도 기대 요소다. 김 국장은 “외평채를 먼저 발행하면 국책은행이 발행금리 인하 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뒤따라 나오고 민간 금융기관·기업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며 “작년대비 가산금리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에 대한 경제적인 이득을 국내 정책금융기관이나 민간기관까지 모두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채권에 대한 국제적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김 국장은 “대외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수치나 외평채 유통금리, 국내 스왑시장 금리 지표 등을 보면 연초부터 지금까지 안정적인 모습”이라며 “최근 환율 상승 흐름은 100% 대외 부분 불황과 연계하기보단 외환 시장 수급 요인 등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평채 발행과 환율 상승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금융시장의 대외 불안은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라며 “이번 외평채 발행을 통해 확인한 외국인 투자자 신뢰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이후 외평채 발행 현황. (이미지=기재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